수입 쇠고기 업체도 환율폭등에 시름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2008.10.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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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충격에 경제 곳곳 몸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까지 넘볼 정도로 연일 폭등세를 보이자 경제현장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리고 있다. 환율이 금융회사나 기업을 넘어 소비자들의 피부까지 달려온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원가가 올라서 국산 한우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겁니다." 환율 급등 끝에 나온 웃지못할 유머다.



9일 금융권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 급등으로 식품, 의류 등 생필품 수입업체들이 잇따라 물량을 줄이고 있다. 가공식품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환율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라며 "미국, 일본 뿐 아니라 중국산 수입단가도 엄청나게 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은 원/달러 환율이 900~1000원대에 계약했던 물량이 있고, 재고도 있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면서도 "1~2개월 뒤에는 판매가를 30~40%가량 올려도 부족할 판"이라고 전했다.



수입쇠고기 업체도 울상이다. 환율이 상승한 만큼 수입단가가 올랐기 때문에, 예전 같은 가격경쟁력은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업체인 에이미트의 박창규 사장은 "이번 환율상승이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듯 하다"며 "원/달러 환율이 1700원대로 오르면 수입물량을 줄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미국 쇠고기를 처음으로 수입했던 게 7월이고 당시 원/달러 환율이 1050원이었는데, 벌써 1400원을 넘지 않았냐"며 "그렇다고 판매가격을 40% 이상 올리게 되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환율이 오르기 전에 계약했던 물량이 아직 남아있어 가격은 올리지 않고 있지만, 환율이 1500원 넘어가면 판매가에 일부 반영해야 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송금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연초대비 50%이상 오르면서 환전이나 송금을 위해 지점을 찾았다가 그냥 발길을 돌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상당하다"며 "은행권 전체적으로 볼 때, 해외 송금액에 큰 변동은 없으나 기업을 제외한 일반인 송금건수는 많이 줄어드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찾는 은행점포에서는 우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우리은행 혜화동지점은 일요일마다 혜화동 성당을 찾는 필리핀 근로자들의 송금서비스가 많은데, 최근에는 환전이나 송금을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지점 김용수 차장은 "환율이 급등한 탓에 지점을 찾았다가도 전광판 시세만 보고 그냥 돌아가는 기업연수생들이 많다"며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서 송금해야 하는데, 환율만 보면 이들의 수입이 1/3가량 줄어든 셈"이라고 전했다.

김 차장은 "해외 보통 1번에 500달러정도를 송금했는데, 환율이 900원에서 1400원대로 올랐으니 예전기준으로 320달러밖에 보내지 못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환율상승으로 해외출장이나 직원연수 계획을 중단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제당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전사차원에서 비용절감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환율상승까지 가세하면서 출장계획도 대폭 취소됐다"며 "일본 바이어와 초콜릿 반제품 수출협상을 하고 있는데, 차라리 한국으로 초청하는 방안을 생각중"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데, 직원들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국내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가정아래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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