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인하 공조, 다음 카드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0.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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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인하 '美 제로금리' 시대 열릴 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 조치 등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금융시장을 되살리는데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RB가 취할 수 있는 다음 대책으로는 △ 추가 금리 인하 △ 시중 은행 대출 증가 유인책(담보 대출 직접 매입) △ 파생금융상품 청산소 설립 등이 제시되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하 공조, 다음 카드는?


8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FRB의 조치가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를 막는데 효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더라도 공격적인 조치를 단행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FRB 유례없는 조치 불구 효과는 "글쎄~"



FRB는 이번 주에만 조 단위가 넘는 달러 자금을 은행 및 기업들에게 투입키로 결정했다. 우선 연말까지 금융권 유동성 공급규모를 '기간입찰대출'(TAF)을 통해 기존의 두배인 9000억달러까지 늘리기로 했다.

그리고 시중은행이 FRB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키로 했고, 일반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 성격으로 기업어음(CP)을 매입키로 했다.

또 8일(현지시간)에는 FRB,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캐나다중앙은행, 스위스 중앙은행, 스웨덴 중앙은행, 중국 인민은행 등 모두 7개 주요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사상 유례없는 공조가 이뤄지기도 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0.27%포인트 인하했고 나머지 6개 은행들은 0.5%포인트씩 인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FRB의 조치가 25년래 최악 혹은 대공황 이후 최악이 될 수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주식시장의 패닉을 막기에는 충분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톰 슐레징어 파이낸셜마켓센터 국장은 "연준은 충분히 독창적이고 거리낌없이 새로운 정책들을 펼쳤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시장의 우려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이번 위기는 전염성이 강하고 비이성적인 현상들을 창출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매일 더욱 심각하게 전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글로벌 공조 불구 침체 그림자 자욱

우선 은행들은 연준의 긴급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금 대출을 꺼리고 있다. 강력한 금리 인하 공조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경제가 침체를 향해 달음박질하고 있으며 FRB나 다른 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이 이를 막기 위해 할 일이 별로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세계 경제가 올해와 내년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코노믹사이클리서치인스티튜트의 라크시만 아줄탄 국장은 연준에 대해 "이미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의 조치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세계 주요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전세계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경제 근육이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 7일 연설에서 "FRB는 신용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은 무엇이든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성장을 지지하고 경기하강 위험을 줄이고, 금융시장을 안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FRB는 시장 기능과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추가 인하 등 후속 대책…美 제로 금리 시대 열리나

전문가들 역시 이번 글로벌 공조를 통한 금리 인하가 FRB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대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선 추가 금리 인하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오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1.25%로 인하될 가능성이 85%로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FRB가 기준금리를 1% 밑으로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3~2004년 1%로 유지했던 저금리는 지금 주택 거품을 야기한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1% 보다 훨씬 낮은 0.5%로 유지하고 있는 예가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FRB가 금리를 0%까지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일 그램리 스탠포드그룹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기준금리를 0%까지 못낮출 이유가 없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라면 제로 금리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FRB 이외의 다른 중앙은행들 역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미국이 금리를 낮추는 동안 오히려 ECB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를 한번 인상했다. 이에 따라 ECB는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다른 중앙은행들보다 더 큰 상황이다.

◇ 청산소 설립, 중소대출 직접 매입 등 다양한 해법 제시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RB가 취할 또 하나의 조치는 부채담보부증권(CDO),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등 요상하고 이해 불가능한 금융상품들을 거래할 청산소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로스는 "FRB는 기관 투자자들의 거래 청산을 보증하면서 청산소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슐레징어 역시 "지금은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FRB가 통상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 청산소 설립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그램리는 "FRB는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에게 대출을 시작하도록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기업들과 소비자들에 대한 대출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FRB가 은행들로부터 담보 중소대출을 매입해야한다. 이를 통해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좋아져 대출을 확대하도록 만들 것이다. FRB는 유동성이 막혀있는 상황을 타개하기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램리는 "FRB의 조치들이 경기둔화를 막는 데에는 충분하지 못하더라도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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