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인 선물순매수는 급등베팅?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0.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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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공적자금은 반전 모멘텀..'생존자의 수혜' 확대 신뢰

패닉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코스피지수가 마침내 1200대로 주저앉으며 2006년 중반 수준으로 회귀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에 1원 모자란 1399원까지 치솟으며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인 자금경색이 글로벌 증시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미증시가 5%대 급락했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사상 세번째로 큰 9.4%나 폭락했다.
백약이 무효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있으며 대공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종말론이 점점 강화되는 상태다.



상황이 연일 악화되다보니 각종 루머도 난무했다.
모 금융기관이 특정 그룹주를 전량 매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에 국가신용등급 강등설도 나돌았다. 외환보유액이 공식 발표치와 달리 급감함에 따라 추가적인 시장개입 여력이 상실됐다는 얘기도 있었다.

코스피시장에서 하한가가 79개에 달하고 하락종목(829개)이 상승종목(40개)의 20배나 되면서 이날 증시의 참담함을 대변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보면 IMF 외환위기 때와 전혀 다르지 않다. 부동산시장마저 몰락의 길로 들어서면서 당시보다 더 참혹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금융의 근간인 원화자금시장은 안정적이다. CD금리가 6%에 육박하면서 7년9개월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고 국채선물은 장중 106.85까지 급등하면서 5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루짜리 리보금리가 다시 4%선으로 상승하면서 글로벌 유동성 경색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지만 원화자금시장은 위기와 거리가 멀다.


이날 외국인의 매매행태는 주가 1300선 붕괴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시장에서 주식 순매도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며 457억원 순매도에 그쳤다. 나흘 연속 순매도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다.
코스닥시장에서는 22일만에 10억원 순매수로 방향을 돌렸다.

외국인의 지수선물 순매수는 마치 증시 급등을 예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전장 중반 4000계약이 넘던 순매도를 접고 9003계약 순매수로 급선회했다.
지난 7월15일 1만계약 이상의 순매수 이후 최대규모 순매수를 보이면서 12월물이 열흘만에 누적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옵션거래도 선물과 같은 방향이었다. 콜옵션을 188억원(18만3625계약) 순매수하고 풋옵션을 559억원(4만742계약) 순매도했다.
수량과 금액이 같은 방향이면서 상당한 규모에 달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와 홍콩이 금리를 인하했고 이젠 유럽과 미국 차례다. 펀더멘털이 문제기 때문에 금리인하마저도 약효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금리인하가 상황반전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달러 유동성 부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한 주식시장이 당분간 불규칙한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리플레이션 정책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어 우려하는 것처럼 디플레이션이 중장기적으로 심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공적자금이 실제 시장에 투입돼 부실채권매입이 이루어지면서 폐쇄되거나 인수합병될 금융기관과 살아남을 금융기관, 그리고 자금 투입으로 회생할 금융기관이 결정되면 거래 상대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금융기관간 자금 경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인하와 공적자금 투입이 달러 유동성 개선에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버크셔 해더웨이 주가는 지난 30년 동안 위기시에 일시적으로 동반 하락하다가도 위기 탈출을 앞서서 선언하듯 재상승하는 특징을 보였다"면서 "버크셔 해더웨이 주가가 건재한 만큼 희망이 있으며 위기 이후 '생존자의 수혜(survivor’s effect)’가 커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어느 정도 강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악인 현재 상황에 빠져 꿈을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으면 좋은 날을 맞을 수 있으며 세상이 공멸하지 않는다는 희망적인 관점이 빛을 발할 날 또한 머지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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