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펀드 세제혜택, 재정부 고민은?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10.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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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업계 요구 잇따라
-세수 감소 우려
-기존가입자 지원 방안 고민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주식시장이 곤두박칠면서 주식시장 안정 대책으로 장기보유 주식형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자와 증권사는 물론 감독 기관인 금융위원회도 장기 펀드에 세금 감면 혜택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비례해 세제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국제 금융위기에 따른 주식시장의 어려움만 고려하면 당장이라도 필요하지만 세수 감소와 시장 혼란 우려 등 고민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기펀드에 세제해택 달라"=권혁세 금융위원회 소속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8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증시 안정을 위해 장기 주식형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증권사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주식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몇가지 (방안을) 검토해 조만간 시장안정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이 언급한 몇가지 방안의 핵심도 장기 주식형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이다.



자산운용업계도 "증시 안정화를 위해 장기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 상품 허용 및 장기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세제 지원을 해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재정부, 세제 혜택 '머뭇머뭇'=장기 보유 주식형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부여는 사실 정부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주식시장이 요동칠때마다 유력한 시장 안정화의 '대안'으로 지목돼 왔다. 심지어는 이명박 대통령도 장기보유 주식형펀드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도 취지에는 동조하고 있다. 김동수 재정부 차관은 지난달 2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최근 주식형 펀드가 다소 둔화 추세가 있다"며 "정기보유 펀드에 대한 세제지원이 주식시장 안정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아직까지 실행계획은 전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세제실은 빗발치는 장기보유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요구에 대해 불편하다는 기색이다.

이미 5년간 21조원이나 되는 사상 최대의 감세안을 내놓은 가운데 추가 감세를 한다는 것에 일단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칫 추가 세제 지원이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제실 관계자는 "미국의 구제법안 규모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시장에 대한 조치를 취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며 "우리나라 주식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세수감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제혜택을 소급해 기존 펀드 가입자까지 혜택을 줘야할지,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해야할지도 고민이다.

기존 납입분에 세제혜택을 주지 않을 경우 기존 펀드 가입자들이 일시에 기존 펀드를 환매하고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펀드에 재가입해 시장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정부가 오히려 '펀드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조완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가입자가 납입한 부분에 대한 세제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환란이 우려될 정도의 중대 위기 국면에서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시장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차례 '뒷북 대응'이라는 뭇매를 맞은 재정부도 '세수감소'를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기도 힘든 형국이다.

재정부 관계자도 "조세제도는 가능한 쓰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 추이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층의 결단에 따라 장기보유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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