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T기업, "환율때문에 속타네"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8.10.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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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해도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환율이 폭등하면서 본사측에 제시한 목표매출을 채우지 못할 것 같네요. 본사에서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입니다."

외국계 SW기업 한국 지사장의 하소연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 여파로 시장상황이 예전보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당초 본사와 약속했던 목표 매출을 채운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

원달러 환율이 급기야 1300원대를 돌파했다. 멈출 줄 모르는 원화 폭락에 외국계 IT기업들의 속도 바짝 타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본사와 지사간에 제품 조달가격이나 매출 등이 대부분 달러 기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한국법인 입장에선 최근의 환율 폭등세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HP는 당초 본사에서 제시한 환율 기준가와 현재 환율폭이 달라 적잖은 애로를 겪고 있다. 이번달에도 본사측의 환율기준가에 비해 15%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초 매출목표치를 채우고도 15% 이상을 더 팔아야 본사와 약속한 분기 목표매출을 겨우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며 "더욱이 2~3개월 전 이미 공급계약이 끝난 물량에 대해 가격을 맞춘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환차손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국내지사가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사와의 기준환율가와 시기 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외국계 IT기업들이 겪고 있는 현실은 한국HP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환율급등에 따라 대다수 외국계 IT기업들은 연초대비 10~20% 가량 매출계획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IBM은 그나마 연초에 본사와 기준환율을 1000원으로 설정한 관계로 당장의 영업에는 큰 문제는 없지만, 매출목표치는 달러 기준으로 설정돼 있어 환차손의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외국계 IT기업들의 국내 지사들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본사로부터 IT 제품을 직수입해야하는 국내 수입 총판들의 경우,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소규모 IT제품 유통업체의 경우, 환율 급등 여파로 적자로 돌아선 곳들도 적지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품가 인상을 추진하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어도비시스템즈 SW 유통을 맡고 있는 총판들은 최근 아크로벳 문서솔루션과 멀티미디어 SW 등 제품가격을 기존에 비해 7~8% 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지준영 대표는 "본사로부터 직수입하는 총판들이 더이상 환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가격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이같은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한 다른 분야에서는 이같은 가격인상은 꿈도 못꿀 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최근 요동치는 환율에 따라 투자 자체를 지연시키고 관망세로 돌아선 수요처들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국적 IT기업 지사나 수입업체들이 이래저래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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