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銀 키코 안팔고 중기 적극지원 눈길
"앞으론 '디마케팅'이란 말을 사용하지 맙시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디마케팅 금지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디마케팅(de-marketing)이란 말 그대로 '마케팅을 안하는 게 마케팅'이란 뜻입니다.
은행권에선 요즘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디마케팅'이 한창입니다. 윤 행장의 당부가 새삼스럽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은행권은 신용도가 낮은 업체에는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대출만기 연장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었습니다. A은행의 경우 연 7%하던 금리를 10%로 대폭 올려 대출 '대출 문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 '중소기업 모시기'에 나섰던 은행권의 풍경을 떠올리면 씁쓸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최근 2~3년간 '중기대출 쏠림'이 완연했습니다. 중소기업 성장률은 2%에 불과한데 대출 증가율은 30%를 넘어섰습니다. 은행권이 자산경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결과입니다.
은행권의 '냉온탕식' 대출과 다르게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꾸준합니다.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이 70% 이상으로 묶인 영향도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보다 중소기업을 '거래처'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한 때문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 거래가 한 예입니다. '키코전담반'을 꾸려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다른 은행들과 달리 기업은행은 키코 거래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환율 변동에 따라 중소기업이 감내할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거래고객을 경쟁 은행에 뺏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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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키코로 부실화된 중소기업 지원엔 팔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출자전환 옵션부대출, 운전자금 대출 등 자구책을 연달아 내놓았습니다. 또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 8조4000억원에는 만기를 100% 연장해 주기로 했습니다. 이쯤되면 '비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은행이 빛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