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D'공포…日 닮은 장기 자산가 급락 위협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10.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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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銀 금리인하..버냉키가 막을 것" 기대도

19개 주요 원자재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는 지난주 10.4% 하락했다. 이는 1956년 이후 최대 주간하락률이었다.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는 90달러마저 위협받고 있다.

발틱건화물지수(BDI)는 지난 5월 고점 이후 75%나 폭락했다. 미국과 영국 집값은 지난 1년간 10% 넘게 급락했다.



물가상승 압력이 다소 둔화된 반면 주요 자산 가격은 이처럼 무섭게 하락하고 있다. 이에따라 디플레이션(D) 공포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일본이 1990년대 겪은 '잃어버린 10년'과 유사한 형태의 장기적인 자산 가격 급락을 피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높아진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은 상대적으로 완화됐다. 주요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런던에 있는 코메르츠방크의 조에그 크래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서 "수개월이 지나면 디플레이션 유령이 당신의 서재를 장악할 것"이라고 비유적으로 말했다.



디플레이션으로 가는 유력한 시나리오는 금융기관의 대출 축소에서 출발한다. 은행들이 5800억달러가 넘는 자산상각과 신용손실 때문에 대출을 대거 줄이고 있고 이는 신용 창출을 막는다.

신용이 줄어들면 그동안 집값을 올렸던 모멘텀이 사라지게된다. 이는 은행들의 추가손실로 이어지고 대출은 더 줄어든다.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은 대폭 줄고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생산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싱가포르투자청의 토니 탕 부회장은 "디플레 악순환 사이클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앙은행들의 정책기조도 빠르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런던에 있는 데레스드너 클라인워트 그룹의 데이비드 오웬 유럽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보다 디플레가 더 많은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중앙은행들이 상당기간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유럽중앙은행(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7월중 금리를 올렸는데 이같은 결정을 재고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때 ECB는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4.25%로 조정했다.

블룸버그통신이 61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9일 영란은행(BOE)의 금리 결정을 미리 조사한 결과 46명이 0.25%포인트를 인하해 4.75%로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미국 상하 양원이 구제법안을 통과시킨 후에도 금융시장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음에 따라 이미 금리를 2%로 내린 연준(FRB)이 추가적 조치로 기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데이비드 오웬은 "지금의 위기는 은행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서 출발한다. 급격한 신용 위축으로 경제활동이 줄면 이는 성장 둔화, 자산 가격 하락, 디플레이션 악화 등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며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은행들은 역사상 최악의 대출 기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런던 자금시장에서 은행들이 다른 금융기관에 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는 금리(리보)는 지난 3일 4.33%(3개월만기 기준)로 치솟았다.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증발하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한 것이다. 급전이 필요한 금융기관이 하룻밤새 심각한 위기로 내몰리는 직접적인 배경이다.

이 때문에 자칫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으로 갈 수 있다는 공포심(패닉)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 막바지인 1999년 처음으로 일본 정부가 공적자금을 통한 구제금융 조치를 취한 것과 달리 지금 미국과 유럽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필요할 때마다 매우 빠르게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

전 연준 이사였던 라일 그램리는 "긴 침체에 빠진다면 디플레 위험이 불가피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연준이 매우 매우 공격적으로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대학원 시절부터 1929년 대공황 증시 붕괴를 공부했다. 그는 은행들이 망하면서 대출 시스템이 붕괴됐다며 역사적인 대폭락의 원인을 짚어냈다. 버냉키는 잃어버린 10년도 공부했다.

버냉키는 이를 통해 소중한 교훈을 깨달았다. 그는 2002년 연설에서 "흉흉한 디플레 충격 속에서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은행시스템에 돈을 투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는 '헬리콥터 벤'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때문에 연준의 경우 금리인하와 더불어 은행들이 연준 자금을 이용할 때 제공해야하는 담보의 기준을 대폭 완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부실 자산만 아니라면 담보로 받을 테니 돈을 빌려다 쓰라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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