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법, "피해예방" vs "옥상옥"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08.10.0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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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고발없이도 수사가능토록 추진… 인터넷 기업들 "법 과도" 우려

최진실법, "피해예방" vs "옥상옥"


한나라당이 사이버모욕죄 및 인터넷실명제를 골자로 한 이른바 '최진실법'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 수위가 정도를 벗어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는만큼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반면, 네티즌의 건설적인 비판까지 가로막는 악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처벌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는 네티즌들도 '최진실법'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진실 자살을 빌미로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라고 입법을 반대하는 진영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 악플은 도를 넘어서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진실법'의 핵심...일단 수사하라?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명 '최진실법'은 검찰, 정부, 한나라당 의원실 등에서 총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관련 법 제정 및 개정안을 포함하는 의미다. 즉, △사이버 모욕죄 신설 △본인확인제 확대 △포털분쟁조정제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중 최진실법을 관통하는 사이버 모욕죄의 핵심 의미는 '인터넷 여론에 대한 수사권의 확대'로 압축할 수 있다.

최진실법이 인터넷 여론에 대한 수사권 확대라고 보는 이유는 '친고죄'로 존재하는 형법의 명예훼손보다 사이버 모욕죄가 '앞서가기' 때문이다. 즉, 형법상의 명예훼손은 당사자의 고소, 고발이 있어야만 수사가 가능한데, 현재 검찰이나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는 당사자의 고소, 고발없이 수사가 가능하도록 돼있다. 다만, 처벌 시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된다.

결국 검찰이나 한나라당이 사이버 명예훼손이 아닌 '사이버 모욕죄'를 추진하는 이유는 형법의 모욕죄를 빌어 사이버 상의 허위사실이나 악성 루머에 대해 정부가 해당 당사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선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파악된다.


사이버 모욕죄는 세계적으로도 없으며, 지난 7월 김경한 법무장관이 처음 발언한 후 위키백과 사전에 등록될 정도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정보통신망법에 통합? 별도 입법?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 5월 촛불시위를 계기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의 골자는 '당사자가 댓글 삭제요청을 할 시 무조건 삭제하고(임시조치 강화), 글을 올린 게시자가 이의를 신청할 경우 7일 이내 방통심의위원회를 거쳐 심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악성댓글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애초 가입시 실명 확인을 하는 제도) 적용 대상도 회원수 30만에서 10만 명으로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또, 정보통신망법에도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다. 물론 형법의 명예훼손처럼 사이버 명예훼손도 피해자의 고소 고발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한나라당의 최진실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 일단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포함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당측에서 협의해온 적이 없다"며 "다만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의 경우 시행령 확대 외에 법 자체를 강화하는 정도는 검토 중이다"라고 답했다.

한나라당내에서도 정보통신망법에 최진실법을 통합할 것인지, 별도로 입법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모아지지 않은 상태다. 나경원 의원실은 "당정간 관련 법을 어떻게 통합, 처리할 건지 당내 의견조율이 아직 안됐다"고 전했다.

◇인터넷기업들 "정당한 표현자유 침해"



이처럼 정관계를 중심으로 인터넷에 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인터넷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성곤 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최진실씨 자살은 유감이지만 사이버 모욕죄가 해법이냐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실장은 "문제의 글을 유포시킨 사람은 이미 잡혔고 처벌을 받겠다고 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도 처벌이 가능한데, 도를 넘어서 고소 고발이 없어도 처벌하겠다는 것은 정당한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터넷 사업자들은 지난 7월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사업자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처리하고 있고, 네티즌 스스로도 정화작용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법 제정은 무리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김 실장은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처벌 규정이 있기 때문에 새로 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옥상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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