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질받은 금융구제법안..금융주 폭락 초래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2008.10.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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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5>금융구제법안 통과에도 주가 못 오르는 이유<2>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오늘(9월1일)부터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칼질받은 금융구제법안..금융주 폭락 초래


미국이 금융구제안을 통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둘째 이유는 금융구제안이 미국의 금융주들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9월의 한국시장은 미국 시장에 비해 7%나 덜 하락했다. 미국이 더 많이 하락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하게 좋은 수급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예를 들면 연기금의 끊임없는 매수가 3.1조원이나 진행되었고 외인들의 매도가 고작 2.8조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매도세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고 또한 9월 채권 대란설로 인해 상당한 선 조정을 받았었다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 구제 법안이 통과된 것이 미국의 금융권에게는 오히려 가혹한 시련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부실이 크지 않은 회사라면 자력으로 견디어야만 한다. 하지만 부실이 큰 회사라면 둘 중에 하나의 운명이 될 것이다. 공적자금의 투입이나 혹은 파산정리절차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다고 해도 당연히 기존 주주의 자산 가치는 급격한 조정을 당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주식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금융주들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은 주식에 대한 매도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파산정리신탁공사가 만들어져서 재무부의 막강한 권력이 부실자산을 사들이기 시작을 하게 될 경우에 기존주주들은 오히려 손해를 가시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난 주말 금융 구제안 통과 즉시 금융주들이 더 크게 하락을 했다. 씨티와의 혼인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상태에서 웰스파고와의 결혼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던 와코비아만 80%이상의 상승을 기록했고 나머지는 거의 급락세였다.

씨티가 -18%나 하락했고 BOA가 -5.2%, JP모건체이스가 -7.9%, 골드만삭스도 -2.7% 하락했다. 이미 지원을 약속받은 AIG 역시 -3.5% 하락이었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금융주의 비중이 크다. 지난 주말 미국은 금융주가 하락을 한 것이지 일반적인 다른 종목이 모두 하락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즉 구제금융이 과거에도 그랬듯이 살아남는 은행에게는 축복이 되겠지만 분명 파산 정리되는 회사도 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주식을 일제히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셋째...구제 법안에 너무 칼질을 많이 했다.

당초 구제 법안은 막강한 권력을 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죽어가는 금융회사를 살리는 데는 의회의 동의를 얻고 자시고 할 만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의 결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선거철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한번이라도 더 매스컴을 타기를 바라는 질 낮은 의원들로 인해 당초 계획안보다는 너무 많은 부분이 칼질 되었다.

예를 들어 7000억 달러도 부족하다고 하는 판에 그것을 절반으로 잘랐고 나머지는 효과를 보고 다시 의결하기로 했다.

구제금융은 심리게임이다.

현재 단기 금융시장이 급격한 냉각을 보이는 것은 돈이 시중에 없어서가 아니고 있어도 대출을 꺼리는 심리적 위축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얼어붙은 심리를 풀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다. 하지만 돈질이 틀렸다. 포커 게임에서도 상대를 믿게 하기 위해 뻥카를 치려면 확실하게 쳐야 한다. 콜 받고 메이드 7000억달러!!! 하고 하는 것과 일단 2500억달러 콜만 받어...라고 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장 의원들과 맞서게 되면 아예 금융시장이 죽어버릴 수도 있어 너무도 급한 마음에 미국 행정부가 일단 의원들의 말을 모두 들어주었지만 너무도 미흡한 법안에 시장은 돌아서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나, 부실자산을 사들이게 될 경우 은행에서는 시가에 얼마간의 프리미엄을 주고 사들이고 만약 그것이 5년 이내에 오르지 않을 경우 그 차액만큼 다시 은행에서 물어내야만 한다는 주장은 압권이다.(물론 이 부분은 변경될 수도 있다. 부실자산을 너무 싸게 구매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 이런 주장에 대해 금융 CEO 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위험을 감수하면 이익이 크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위험도 작다. 그런데 싼 값에 사들이면서도 위험을 은행에 떠넘기겠다는 것은 무슨 발상인가?

은행의 입장이라면 과연 부실 자산을 정부에게 떠넘기겠는가?

지금 그냥 가지고 있으나 부실을 처분하나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안의 통과에 대해 금융권은 오히려 대출의 빗장을 꼭 걸어 잠그고 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다.

상원에서 조정되어 내려온 법안을 보면 3억 달러 이상의 모기지 담보자산을 인수하는 금융기관의 경영진에게는 50만 달러 넘는 연봉에 대해 세금공제가 없다는 조항과 더불어 고위 경영진의 퇴직금(상위 5인)에 대해서는 20%의 특소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황당하다 못해 입을 딱 벌리게 하고 있다.

만약 내가 구제금융을 받고자 하는 CEO라고 가정해보자.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 구제 법안에 따라 모기지 대출 채권을 처리하려는 금액이 3억 달러가 넘으면 연봉도 깎이고 세금도 올라가고 퇴직금도 줄어든다.

지금까지도 잘 견디어 왔는데 굳이 구제 금융을 신청할까? 만약 아니라고 판단을 했다면 시장의 금융경색은 쉽게 풀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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