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동향과 관계없이 우리 국회가 비준안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선(先)처리론'이 첫째다. 반면, 농가 피해대책 및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시기다. 일단 당내 대다수 의견은 비준안의 조기 처리 쪽에 쏠려 있다. 당 지도부간에도 의견이 다소 다르지만 원내 지도부가 집중적으로 '선처리론'을 설파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대표적이다.
홍 원내대표는 '선처리론'의 근거로 미국의 자동차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들었다. "우리가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미국측에서 '자동차 재협상' 문제를 100% 들고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 이상 미적거리다가는 미국측에 자동차 재협상 요구를 받아주겠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비준안을 국회에서 동의하되, 법 개정이 필요한 25개 정도의 법안은 미국의 FTA 처리와 맞춰서 하면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있다"며 신중론에 대한 타협안도 제시했다. 임 정책위의장도 "미국 상황과 무관하게 국회에서 절차를 진행하는 게 맞다"며 '선처리론'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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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지도부의 이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신중론'도 여전하다. '선처리론'에 반대하는 근거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박희태 대표와 농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농가 지원책 등 '선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철저한 대책없이 서둘러 추진했다 피해농가를 중심으로 '역풍'이 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미FTA의 연내 비준 처리 여부가 불투명한 미국 상황을 이유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권택기 의원은 "미국에서 언제 FTA를 통과시킬지 분석이 안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한미FTA를 공론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선처리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상현 대변인은 이와 관련 "한미FTA의 조기 비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당내 소수 의견이고 국내 산업에 대한 피해대책이 마련되면 수그러들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야당과의 원만한 협상을 통해 비준안이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