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악재… 흔들리는 '글로벌 롯데'의 꿈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8.10.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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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中식음료 지주회사 설립, 글로벌 프로젝트 급제동

식품산업의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롯데'의 야심 찬 계획이 멜라민 악재를 만나 흔들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중국에 식음료 지주회사를 설립하면서 식품업계에서 '롯데'라는 브랜드를 글로벌 톱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롯데제과 제품에서 연이어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글로벌 롯데'를 향한 꿈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까지 대두되고 있다.

◇롯데제과 중국 법인 생산 제품..또 멜라민=식품의약품안전청의 멜라민 조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제과업체인 롯데제과의 비스킷 제품 '슈디'에도 멜라민이 검출돼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롯데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는 항의성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번에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은 롯데제과의 중국 현지 법인(롯데칭다오푸드)에서 생산해 국내에 유통돼왔다. 중국 주문자상표부착방식생산(OEM) 제품도 아니고 롯데제과의 자체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면서도 식품사업의 제1 철칙인 안전문제는 뒷전이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난달 말 롯데제과의 또 다른 중국법인인 롯데차이나푸드가 생산한 초콜릿 쿠키 제품에서도 허용치를 초과한 공업용 멜라민이 검출돼 롯데 중국 법인의 안전 관리 부재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롯데' 이미지 타격..중국 식품 계열사 모두 적자=롯데그룹은 지난해 3월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일본롯데가 합작투자해 중국내 식음료 사업을 총괄할 롯데(중국)투자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식품 자회사들을 통해 중국 내 식품부문에서만 2011년에 매출 4500억원을 달성하고 2016년엔 매출액 1조원대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신 부회장은 당시 "국내 브랜드 중 '삼성', 'LG', '현대' 등은 글로벌 브랜드지만 식품분야에서는 글로벌 브랜드가 없다"며 "'롯데'를 식품업계에서의 글로벌브랜드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롯데차이나푸드(-64억원)를 비롯해 롯데칭다오푸드(-14억원), 롯데푸드홀딩(-40억원), 롯데KFRUS(-20억원) 등 롯데가 중국에 투자한 현지 법인은 모두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제과가 투자한 해외 법인은 롯데차이나푸드(35.96%), 롯데칭다오푸드(90%), 롯데필리핀(10%), 롯데베트남(35.71%), 롯데인디아(80.39%), 롯데타이완(50%), 롯데푸드홀딩(100%), 낙천포장북경유한공사(25%), 바비카(35.6%), 산동펑청삼감식품유한공사(46.69%), 롯데유럽홀딩(26.87%) 등이다.

중국 법인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멜라민 악재'까지 겹치면서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게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중국을 거점으로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권으로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롯데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일대 위기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자일리톨껌 등 일부 히트 상품으로 중국에서 식품 브랜드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롯데가 멜라민 논란에 휩싸이면서 식품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물론,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 사업에 미칠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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