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케이블TV, 고객가치로 승부할 때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 2008.10.0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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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케이블TV, 고객가치로 승부할 때


한평생 정보기술(IT)업계에서 시간을 보낸 선배 한 분은 요즘 "제발 단 몇 년 만이라도 세상이 좀 멈춰줬으면 좋겠다"는 넋두리를 하고 있다. 눈뜨면 바뀌어 있는 세상에서 그 선배를 볼 수 있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시간 방송을 포함한 인터넷TV(IPTV) 서비스가 눈앞으로 다가온 지금, 유료방송 시장은 그 여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 지상파와 케이블 등 소수 플랫폼을 통해서만 방송 시청이 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업체들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진행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기술, 첨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방통융합 서비스들이 선을 보이는가 하면 일부 업체들은 원하는 채널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알라카르테(A-la Carte) 도입을 선언하고 있고 다양한 할인상품들이 출시되는 등 공격적인 할인공세가 전방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서일까.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가격 경쟁이 빚어진다면 유료방송시장은 공멸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고객을 잡기 위한 치열한 승부가 시작됐다. 이제는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고민해 볼 때다.

◆ 가격 인하, 과연 만병통치약인가?

우선 공격적인 할인혜택이 과연 고객들의 입맛에 꼭 들어맞는지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당장 눈에 띄는 할인 혜택이 고객들에게는 꽤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경기가 어려운 현 상황 속에서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요소가 서비스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막상 쓰고 싶은 서비스가 부족하다거나, 사용 방법이 불편하다면 고객의 차가운 외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고객의 불편함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이 아닌 ‘제공하는 상품의 가격 대비 고객의 만족도’가 중요한 시점이다. ‘얼마나 가격을 내리느냐’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에 어떻게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를 고민하고 연구할 때다.

◆ 브랜드 강화·고객 접점 서비스로 경쟁력 높여야

회사와 서비스를 상징하는 브랜드의 이미지 개선도 중요한 요소다.



불행하게도 케이블 업계의 경우, 지난 10여 년 동안 지역사업자로서의 역할에 소홀해 브랜드 이미지 구축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이제는 과거에서 벗어나 ‘케이블’ 브랜드의 개선은 물론 명실상부한 뉴미디어의 대표 방송 플랫폼으로서의 이미지를 육성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범용재 시장에서는 초기 가격에 의한 가치 차별화가 진행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곧 브랜드와 연계된 고객 접점서비스가 차별화의 주된 요소로 작용하게 되고 이러한 고객 접점의 관리역량은 산업의 장기적인 측면에 있어서의 핵심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 개발에서부터,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문화 공헌 사업, 불편함을 미리 고쳐주는 AS 등은 이제 기본이다.



지역 내 CCTV를 통한 긴급 재난방송과 동네 별 일기예보 제공 등 케이블 방송만이 가능한 차별화된 ‘지역밀착형 고객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역량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앞으로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 15년 가까운 기간 동안 골목골목을 누벼온 케이블 방송은 고객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쌓아온 노하우라는 든든한 재산을 갖고 있다.

케이블 방송은 더욱 더 지역기반의 골목 방송임을 자처하며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정보전달과 콘텐츠 소비매체로서의 위치를 굳건하게 확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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