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웃는 건설사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10.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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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수도권 중견 건설사로 위기확산

미국발 금융위기와 국내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의 우량 건설사마저 휘청거리면서 유동성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건설사들은 금융비용을 줄이고 현금자산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섰다. 이 가운데 일부 건설사는 해외 사업용지 매각으로 거액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차익만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인수·합병(M&A)도 어려워"=중견 건설사인 A사는 며칠 전 만기가 도래한 어음을 간신히 막았다고 한다. 몇달째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곧 부도가 날 것이란 소문이 명동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궁여지책으로 M&A에 나서 이미 실사까지 끝냈다는 소문도 돌았다. 정작 최종 단계에서 인수를 하겠다는 곳이 없어 M&A는 '물 건너갔다'는 전언이다.



아파트형 공장 전문 시공업체 B사는 지난주 1차 부도를 냈다. 시공능력 순위 100위권대로 매출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우량 건설사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다행히 최종 부도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위기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C건설사는 본사 건물을 매물로 내놓았고 D건설사는 석달째 임금이 체불돼 부도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 관계자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지방건설사에 이어 수도권의 우량건설사도 맥을 못추고 있다"고 전했다.

올들어 8월까지 34개 수도권 건설사가 부도로 쓰러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1.4% 증가한 규모다. 특히 부도업체는 중견기업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20위인 우정건설을 비롯, 신구건설(169위) 해중건설(182위) 인정건설(324위) 등이 부도를 냈다.


◇환율 급등으로 수백억 차익=뜻하지 않게 거액의 유동 자금을 확보한 업체도 있다. E건설사는 지난 8월말 해외 사업용지를 매각했다.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자 현금자산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이 회사는 2년 전 500억원에 이 용지를 매입했는데 이 가운데 150억원은 현지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했다고 한다. 최근 사업용지를 1480억원에 매각하면서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각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 전 매도계약을 하면서 현지 대출은 계약금으로 상환하고 나머지 금액이 지난달말 국내에 송금됐다. 최근 환율이 1200원대로 급등하면서 200억원에 달하는 환차익까지 '덤'으로 챙겼다는 전언이다.
환율 급등에 웃는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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