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장 2008.10.0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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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논어 이야기]향인지선자 호지(鄕人之善者 好之)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제목 때문에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남성위주의 한국사회에서 남성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모나리자의 비굴한 웃음’을 짓는 착한 여자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쁜 여자와 좋은 여자에 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켜 더욱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분명한 사실 하나는 세상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좋은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보편적인 기준은 무엇일까. 공자와 자공(子貢)의 대화 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자.

자공이 스승에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에 대해 질문을 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어떤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입니까?”
“아직 속단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까?”
“아직 속단해서는 안 된다.”

공자는 이 양 극단의 경우에 속단할 수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리고 좋은 사람에 대해 분명한 답을 제시한다. “향인지선자 호지(鄕人之善者 好之) 기불선자 오지(其不善者 惡之) : 마을 사람들 중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선하지 못한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

공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경우 양 극단에 치우친 평가는 거부했다. 모두가 좋다고 하면 어떤 목적을 갖고 행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모두가 나쁘다고 하는 경우도 어떤 사연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반면에 공자는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란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선하지 못한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 결단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사람의 평가 기준으로 ‘선한 사람(善者)’과 ‘선하지 않는 사람(不善者)’으로 구분한 것은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가치관이 중요한 이유는 목표가 충돌할 때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가치관은 조직 내에서 개인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경영학에서 조직행동론이 가치관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선한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가치관이 분명하게 정립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선하지 않은 사람은 가치관이 다르므로 좋은 사람을 싫어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주의를 몰락시킨 주범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겠다는 이상론이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공급 받는다”는 주장은 얼마나 달콤한 내용인가.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일이 아님을 역사가 입증해 주고 있다.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이 자본주의적 사회주의로 전환하고 북한이 기아선상에서 해매는 것들이 이를 입증해 준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다 결국 다수의 불만족을 초래한 생생한 사례이다.

김흥식 전 전남 장성군수는 초라한 시골 지방자치단체에서 3연임하면서 자타가 인정하는 1등 군으로 만들었다. 그가 지자체의 영웅으로 떠오른 비결은 다름 아닌 향인지선자호지(鄕人之善者好之) 기불선자오지(其不善者惡之)라는 공자의 철학을 실천한 것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적당주의를 배격하고 능력주의 인사를 단행했다. 의사결정은 신중하게 하되 일단 결정이 되면 어떠한 난관이 있어도 밀어붙여 성공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실력 있고 도덕성이 있는 지방 유지나 공무원들의 말을 신뢰했다.

반면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참고만 했다. 매주 저명인사를 초청하는 장성아카데미의 실시, 쓰레기 소각장 건립, 공업용수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댐 건설, 납골당의 건립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문제를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처리하여 지방자치의 영웅이라는 칭호도 받았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는 자칫 본말이 전도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1단계로 향인지선자호지(鄕人之善者好之) 기불선자오지(其不善者惡之)를 목표로 잡는 게 바람직하다. 선한 사람으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성공한 것이다.

2단계로 나쁜 사람들에게도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그 자체를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그 것은 나쁜 사람들의 의지에 달려있기에 그렇다.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에 선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범위를 좁혀보자. 다시 말하면 공자가 강조한 향인지선자호지(鄕人之善者好之) 기불선자오지(其不善者惡之)를 1차 목표로 정하고 좋은 사람 콤플랙스에서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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