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펀드, 금융주 반등에 베팅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8.10.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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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돈 되는 펀드, 돈 잃은 펀드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이 어렵사리 미 상원을 통과했다. 10월1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찬성 74, 반대 25로 구제금융법안을 가결했다. 하원통과 절차가 남았지만 이번 상원 통과로 미행정부는 서브 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에서 촉발된 금융산업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확보하게 됐다. 미 행정부가 부실자산을 본격적으로 매입하면 유동성 부족에 시달려 온 미 금융사는 숨통을 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시스템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펀드, 금융주 반등에 베팅


이번 구제금융법안 통과로 미국 IB(투자은행)와 상업은행에 투자하는 국내 글로벌 금융주펀드도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금융주펀드는 베어스턴스, 리먼 브러더스, 메릴린치 등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수익률이 반토막 났다. 하지만 이번 구제법안 통과로 명예 회복의 전기를 맞았다.

한국운용이 지난해 6월19일 설정한 '월드와이드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주펀드'(이하 월스트리트)도 이번 법안 통과를 손꼽아 기다려 왔다. 미 금융주들의 반등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월스트리트도 그동안 글로벌 금융주들의 급락으로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다. 9월30일까지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43.2%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9.9%)보다 23.3%포인트 더 많이 하락한 것.



현동식 한국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운용2팀장은 "솔직히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고 메릴린치가 BOA에 인수되는 상황을 상상도 못했다"며 "신용파생상품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입었지만 이번 구제법안 통과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50%, 유럽 20%, 아태 30% 분산투자



월스트리트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IB와 상업은행에 집중투자한다.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미국(50.4%) 비중이 제일 높고 다음이 아시아태평양(29.0%) 유럽(20.6%) 순이다.

미국 비중이 높은 것은 단순히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 금융주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았고 이번 구제법안으로 주가회복속도도 가장 빠를 것이란 기대감에 편입비중을 높였다.

현 팀장은 "신용경색의 후유증으로 미 금융주들은 대부분 전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했다"며 "향후 금융시스템이 안정을 되찾게 되면 이들이 가장 빠른 속도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과 아태지역 금융주들도 뒤늦게 미국발 신용경색 후유증을 앓고 있어 현시점에서는 미국 금융주들이 훨씬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개별종목을 보더라도 미 금융주들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7월 말 현재 월스트리트는 JP모간,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맥쿼리 등 모두 18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종목별 편입상위 5개 종목을 보면 JP모간체이스(12.8%) 모건스탠리(12.4%) 골드만삭스(11.6%) 맥쿼리금융그룹(9.7%) HSBC홀딩스(8.4%) 등의 순이다.

이들 이외에도 BOA에 인수된 메릴린치도 4.1% 보유하고 있다. 또한 최근 부실자산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한 벨기에의 포티스에도 1.1% 투자했다. 현 팀장은 부실자산 이슈가 부각되기 직전인 8월 중에 포티스를 전량 매도했다고 해명했다.



이들 금융주들은 올들어 개별 뉴스에 따라 일희일비하면서 월스트리트의 변동성도 매우 높은 편이다. 10월1일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변동성은 62.9%(연환산)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30.1%보다 배 이상 높다.

2009년 상반기까지 분할 매수

월스트리트의 기준가는 9월 말 현재 506.9. 기존 투자자들은 원금이 반토막 났지만 신규가입을 타진하는 투자자에게는 저가매수의 기회다.



현 팀장은 "이번 구제법안의 최대 수혜주는 대형 금융주들이기 때문에 향후 펀드수익률 전망을 좋게 본다"고 말했다. 즉 JP모간이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BOA 등 대형 금융사들은 보유 부실자산에 대해 이미 상당한 액수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에 미행정부의 부실자산 매입으로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운용은 또한 7000억달러가 실제 집행될 경우 미국 금융시스템이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전체 모기지 대출총액이 14조9000억달러 규모에 달하기 때문에 3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부실자산을 매수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 팀장은 "이번 구제법안 통과 후 금융주들은 지난해 고점대비 최대 60%수준까지 반등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1차 반등은 시스템 위기가 해소되면서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추가 상승여부는 실물경제 회복여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즉 1단계는 과다낙폭에 따른 '안도 랠리'이고 2단계는 실물경기 회복에 따른 상승전환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2009년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국면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느긋한 마음으로 반등을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워렌 버핏이 골드만삭스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것처럼 긴 안목에서 접근하면 만족할 만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주들이 실물경기 회복 시 가장 큰 폭으로 반등한다는 과거경험에서다.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코리아의 이대석 연구원은 "신용위기가 근본적으로 치유될 때까지 금융주는 높은 변동성을 보여주겠지만 구조조정에서 생존한 우량 금융주의 향후 성장성은 여타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금융산업의 지각개편이 마무리되는 현시점이 금융주의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특히 이 연구원은 "최근 파산하거나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패니매, 리먼 브라더스, AIG, 와코비아 등을 한 주도 편입하지 않은 한국운용의 종목선택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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