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지렛대될까?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08.10.03 10:09
글자크기

2000만 시내전화 가입자 놓고 쟁탈전 본격화..가격이 관건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전화(VoIP) 10월중으로 도입하겠다고 결정함에 따라, 유선전화 시장이 요동을 칠 전망이다.

인터넷전화는 지역번호가 부여되는 일반 집전화(PSTN)와 달리, 지역번호없이 '070' 식별번호가 부여된다. 지역번호가 별도로 없기 때문에 일반 집전화처럼 시내와 시외전화 구분없이 전국이 단일 대역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는 일반 집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다. 전화번호를 굳이 070으로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인터넷전화 도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랭하자, 인터넷전화 활성화 차원에서 번호이동제 도입을 결정했다. 번호가 바뀌는 불편함이 없어지면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고,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늘어나면 유선전화 요금인하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방통위의 결정에 오래동안 번호이동제 도입을 간절히 기다려왔던 인터넷전화사업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앞세워 집전화 가입자를 공략할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번호이동제가 방통위와 인터넷전화사업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보다 배꼽이 큰' 접속료에 대한 부담과 번호이동에 따른 비용상승 등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데 장애물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결합시장까지' 가입자 유치전 불붙을 듯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실시로 가장 수혜를 입게 될 기업은 LG데이콤과 삼성네트웍스가 될 전망이다. 반면, KT는 2000만명이 넘는 가입자의 이탈을 방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LG데이콤은 번호이동제가 본격 실시되면 현재 98만명에 이르는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빠른 시일내에 100만명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번호이동제가 실시되면 사용하던 번호 그대로 좀더 저렴한 인터넷전화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기업을 상대로 인터넷전화 영업을 해왔던 삼성네트웍스도 가정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케이블텔레콤(KCT)를 통해 17만 가입자를 유치한 케이블TV방송사(SO)들도 기존 케이블TV 가입자를 중심으로 인터넷전화 가입 유치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KCT는 시내/시외 전화 무제한 요금제 출시 등을 검토하고 있다.



통신 결합상품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이 '미끼' 상품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커졌다. LG데이콤은 물론 인터넷전화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와 함께 인터넷전화를 묶음상품으로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월 3만3000원에 이 3가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반면 KT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달갑지는 않다. 그러나 무작정 방어만 할 수 없다는 게 KT의 입장이다. 그래서 KT는 영상기능이 있는 인터넷전화(SoIP)로 대응하는 한편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TV, 인터넷전화, 이동전화를 아우르는 결합상품으로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070 번호가 시내전화번호 보다 싸다?



그러나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않다.

우선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현재 인터넷전화 요금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번호이동을 하면 비용이 추가된다. 시내전화 그대로 번호이동을 하면, 교환기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분당 3원의 비용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LG데이콤 등 사업자들은 인터넷전화 요금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070 번호와 기존 시내전화번호 사용자를 분리해 요금체계를 마련하거나 전체적으로 인터넷전화 요금을 개편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활성화를 막는 또다른 문제는 번호이동 과정과 접속료 문제다.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인터넷전화 접속료가 PSTN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해왔다. 인터넷전화에서 PSTN으로의 접속료는 분당 18.9원, PSTN에서 인터넷전화로의 접속료는 분당 5.5원이다.

또 번호이동으로 인터넷 전화 개통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올해 초 시범서비스 기간 번호이동에 소요된 시간은 평균 7~8일이었다. 또 개통 성공률은 35%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방통위와 관련업체들은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꾸준히 논의, 개선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일단 인터넷전화에 대한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된 것이며 앞으로 인터넷전화 활성화 문제는 검토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