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때아닌 '盧풍'에 술렁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10.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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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발언 정치권에 파장… 이회창 "말 좀 하지 말라"

'노풍'(盧風)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연일 화제다. 민주당의 호남 의존,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 등 민감한 현안을 건드렸다.

각 당은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편으론 노 전 대통령 발언의 파장을 주시하면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등 분주하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10.4 남북 정상선언 기념행사에서 특별강연 형식으로 "10.4 선언은 버림받은 선언", "상호주의라는 말은 대결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라며 현 정부 대북정책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을 강하게 비난했다. 박희태 대표는 2일 "노 전 대통령의 말에 5년간 시달렸으면 족한 것이지 또다시 뭐가 필요하냐"고 말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노 전 대통령이 "전임 사장이 계약하면 후임 사장은 이행하는 줄 알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데 대해 "이명박 정권은 전임회사를 인수인계한 회사가 아니고 전혀 다른 회사"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확전'을 원하지는 않는 눈치다. 노 전 대통령이 부각돼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다. 종합부동산세 논란에서 보듯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의중도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민들이 과연 좋아할지 모르겠다"(박희태 대표) "정치인을 넘어선 것"(공성진 최고위원)이라는 지적 수준에서 선을 그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엔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 "호남의 단결로는 (민주당이) 영원히 집권당이나 다수당이 될 수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또 "땅 짚고 헤엄치기를 바라는 호남의 선량들과 호남 표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수도권의 정치인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고 말해 민주당을 '발칵' 뒤집었다.

노 전 대통령의 이같은 정치적 행보에 민주당의 속내는 한나라당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계파별로도 온도차가 있다.

이른바 친노 진영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언"이라는 입장이다. 백원우 의원은 이날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노 전 대통령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데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어린 충고"라고 말했다.

다른 한 쪽은 노 전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부각되는 양상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구 민주계가 대표적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호남당' 발언은 구 민주계쪽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측근인 박지원 의원은 '호남당' 발언과 관련, "전직 대통령에게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배은망덕한 말 아니냐"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 1일에는 노 전 대통령측이 참여정부 초 북측과 약속을 어겨 남북 정상회담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 "전직 대통령에 대해 소속 의원이 적절치 못한 단어를 쓴 것은 옳지 않다"고 박 의원과 각을 세웠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상대는 민주당"며 "노무현 대 한나라당, 노무현 대 MB(이명박 대통령)의 구도가 형성돼봤자 득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쯤 되자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정치에 복귀했다는 평도 나온다.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하고 파장을 일으키는 모습이 현직 정치인 못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친노 인사인 백원우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여의도로 다시 돌아오는 일은 결단코 없을 거란 말씀을 계속 하신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정치를 그만두신 적이 없다"며 "계속해서 노무현식 정치를 해 나가는, 노무현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전직 대통령은 말 좀 안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하면 나라에 도움이 안되고 국민의 마음만 상하게 하는 말이 나온다"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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