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답이 걸작이다.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남자친구는 이집트 태생이다. 그런 그녀가 스카치위스키에 취한 벨기에 운전사가 모는 독일 차를 타고, 프랑스 지하도에서 사고를 당했다. 일본제 오토바이를 탄 이탈리아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려다. 이런 것이 세계화가 아니고 뭐겠는가?”
최근 우리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두가지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중국발(發) 멜라민 분유 파문을 보자. 중국의 몇몇 분유회사가 단백질 함량을 높이려고 멜라민이란 치명적 화합물질을 쓴 것이 발단이었다. 전 같았으면 이 일은 중국에 국한된 일로 전 세계인의 비웃음을 사는 것으로 끝날 문제였다. 지금은 어떤가.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 문제가 된 분유가 수출된 것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자 수조차 집계되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나타날지는 추정조차 힘들 정도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전 세계가 중국의 값싼 저질 제품에 얼마나 의존해왔는지가 확인됐다.
금융 세계화가 급진전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이때부터 선진국 자본은 자신들의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초기 금융 세계화는 자본이 필요한 신흥시장에 자본이 흘러들어가는 메카니즘으로 비쳐졌다. 돈을 굴려서 불릴 곳을 찾던 서구 금융기관들로서도 신천지를 찾았다. 금융 세계화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19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동구와 남미 외채 문제가 불거졌다.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러시아 재정위기도 잇달았다. 2000년 들어서는 아예 세계 자본의 공급처이자 유입원인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벌어졌다. 단순히 금융 세계화의 부작용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대형 악재가 터져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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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금융 세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세계화된 금융 시스템은 단순히 자본이 움직이는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위기가 전달되는 도화선처럼 변하고 있다. 이제 와서 어느 한 나라가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순진하지만, 세계화를 마치 절대선처럼 여기는 것 또한 순진하다.
국경이라는 방화벽이 사라진 지금 금융 세계화의 부작용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를 나라 안팎에서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