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10·4 선언은 버림받은 선언"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8.10.0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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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전 대통령 "10·4 선언은 버림받은 선언"


1일 오후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과거로 되돌리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특히 지난 2월 퇴임 후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간 뒤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경해 공식행사에 참석한 노 전 대통령은 "10·4 선언은 버림받은 선언"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1년쯤 됐으면 잎이 싱싱하게 피고 가지도 무성하게 뻗고 열매도 주렁주렁 달렸으면 좋겠는데 이 나무가 말라 비틀어지고 있다"며 10·4 선언을 나무에 비유했다.



그는 "다 죽어가는 나무를 보고 기념할 수 있다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며 "서글픈 것도 기념할 수 있구나…"하고 소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나무가 죽지 않았다"며 "물 주고 볕이 좋으면 뿌리가 왕성하게 뻗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북정책,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라는 주제의 특별연설을 통해 "평화가 통일에 우선하는 가치이고 평화통일 아닌 통일은 없다"며 "대북정책에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盧 전 대통령 "10·4 선언은 버림받은 선언"
미리 준비한 원고를 바탕으로 연설을 진행한 노 전 대통령은 상호주의와 실용주의에 기반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북한을 상대로 한 '역지사지'의 노력을 강조했다.


앞서 동석한 참여정부 인사들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국민들이 지지한 10·4 선언의 중요한 합의가 정권이 바뀌면서 무시된 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2단계 사업도 전 정권이 추진했다는 이유만으로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한 이명박 정부는 10년이 아니라 20년 전으로 회귀하는 역사의 역주행을 하고 있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10·4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10·4 선언을 통해 남북관계가 역사적 고비를 넘는 듯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모든 것이 중단됐다"며 "법률에 의해 두 정상간 합의한 것을 중단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축사를 통해 "7개월 밖에 안된 정권이 지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무(無)로 만들었다"며 "한반도 평화번영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놨다"고 비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도 "이명박 정부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후진시키려고 하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한편 지난달 6일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자녀간 결혼식에 이어 이날 행사에도 100여 명에 가까운 참여정부 인사들이 얼굴을 비췄다.

이해찬 ·한명숙· 한덕수 전 총리, 전윤철 전 감사원장, 정세현·이종석·김두관·변재진· 허성관· 이치범 전 장관, 성경륭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또 김원기 전 국회의장, 문희상 국회 부의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원혜영 김상희 이용섭 강기정 이광재 송민순 민주당 의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배기선 장영달 윤호중 이은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 정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밖에도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 배영호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총장 등 종교계 인사를 비롯해 당시 남북정상회담에 함께 했던 공식·특별수행원등을 포함한 사회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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