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법안통과 후 주가방향은?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0.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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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억弗로 근본 해결 한계… 투신권은 순매도

코스피지수가 나흘 연속 하락했다.
뉴욕증시가 5% 전후로 급반등했지만 전날 개장초 폭락세를 상당부분 만회한 것으로 선제 대응이 이뤄졌기 때문에 막상 이날 장세는 강하지 못했다.

미국 상원이 금융구제법안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위기가 치유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수없이 많다는 위기의식까지 해소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



이날 개장초 코스피지수가 1450선을 넘어서자마자 막바로 차익실현 매물이 등장했다는 게 이같은 시장 심리를 반영한다.
전날 낙폭 과다 국면에서는 매수에 나서더라도 추세적인 관점에 입각해서 주식을 들고갈 수 없다는 뜻이다.

이날 코스피시장 거래량이 지난달 5일 이후 17거래일만에 처음 3억주를 밑돌고 거래대금도 지난 8월28일 이후 한달여만에 처음 4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 이날의 시장 상황을 대변한다.



연기금이 또 다시 주식 순매도로 돌아선 것을 봐도 1400선 방어에 주력할 뿐 주가 상승을 이끌 상황이 아니라는 정부당국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대차거래 중단과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연일 1000억원선에 그친게 그나마 수급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은 요인이었다.

투신권이 6일간 총 1조3477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환매를 대변한다. KB은행을 통한 적립식 주식투자자금만 꾸준히 유입되고 있을 뿐 다른 곳에서는 펀드 환매 욕구가 강하게 발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기가 월가를 넘어 실물경제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고 위기가 미국을 넘어 유럽과 일본, 인도까지 강타하기 시작했다면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이될 경우 실물경기 악화에 따라 금융시장이 또 한번 휘청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무리 펀드매니저나 자산운용사 관계자가 주식 매수를 외쳐도 쇠귀에 경 읽기인 상황이다.



지금 주식펀드에서 손해를 보고서라도 환매에 나서고 있는 사람들이 '바닥에서 판다'는 비웃음을 감수하면서도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시스템 붕괴 위기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공포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가가 비록 1400선 밑에서 바닥을 다졌다고 해도 상승하지 못한다면 시간은 점점 더 많은 환매를 불러내는 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물론 1500선을 넘는다고 환매가 중단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난 5월처럼 주가가 뜨면 손실폭을 일부라도 만회한 세력들의 환매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일이다.



[내일의전략]법안통과 후 주가방향은?


하지만 가격의 일시적인 급등락은 감내할 수 있어도 장기간에 걸친 평가손을 인내할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또한 지난 7월 베이스로 인식됐던 1500선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언제 또 1400선이 무너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만 커질 뿐이다.

미 하원까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을 승인한다고 해서 작금의 금융위기 사태가 풀리지 않는다. 100년 역사를 가진 투자은행이 몰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수천억달러의 정부 지원으로 상황이 반전될 여지는 적다.

지난 2000년 9000억달러에 불과했던 CDS(크레딧디폴트스왑) 규모가 지난해말 45조달러까지 늘어났고 파생상품 규모가 전세계 GDP의 10배가 넘는 516조달러에 달한 것을 감안한다면 7000억달러는 매우 미미한 금액에 불과하다. 이 또한 미하원의 부결 파장으로 인해 제대로 집행될 것인지조차 불투명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 어떤 수정을 가해서라도 금융구제법안이 통과돼야 하고 7000억달러가 채못되는 돈으로라도 금융위기를 막는 시늉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이도 이게 먹히면 시장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증시가 상승세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이나 미정부와 FRB(연준)가 역부족을 느끼는 순간이 오면 글로벌 증시는 현재까지 떨어진 것 이상으로 더 추락할 수도 있는 일이다.

강력한 바닥으로 부각된 1400선 밑의 레벨이 철옹성으로 굳어지기 위해서는 주가가 상승하는 길밖에 없다. 지난 5월 1900선까지 오르던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처럼 이번 상승이 또 다시 베어마켓 랠리로 끝나고 저점이 다시 낮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당장 급한 것은 주가 상승과 이로 인한 불안심리 해소다.



삼수갑산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최선을 다해 시스템 붕괴를 막고 주가 부양을 위한 조치가 취해질 일이다. 그 이후의 문제는 또 그 다음에 닥쳤을 때 생각하고 고민해야할 만큼 당장은 다른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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