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 처음" 폭등락 뉴욕 자금시장 표정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0.0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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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상승 불구, 살얼음판…오버나이트 금리, 8%→0.5%

"오늘 같은 날은 처음입니다"

국내 금융기관 뉴욕지점의 자금시장 책임자 A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뉴욕증시의 은행간 금리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전례없는 폭등락을 보였다.

미 의회가 7000억달러의 금융구제 법안을 부결시킨 여파로 이날 오전 채권시장에서는 은행간 오버나이트 금리가 무려 8%까지 치솟았다.



은행간 하루짜리 대출금리인 오버나이트 금리는 통상 중앙은행의 목표금리 수준에서 움직인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연방기금금리는 2%. 금리수준이 정책금리의 4배에 달한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모두 돈을 움켜쥐고 내놓는 곳이 없었다"는 A씨의 말대로 시중에 돈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구제법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이날은 9월의 마지막 날이자 분기말이어서 시장의 단기 결제자금 수요가 급증했다. 유대교 신년 휴일인 점도 시장 유동성 감소 원인이 됐다.



런던시장에서도 은행간 대출금리인 리보(LIBOR) 오버나이트 금리가 6.88%까지 폭등,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면서 뉴욕 시장에서는 금융회사들의 공포감이 더욱 확산됐다.

그러나 오후들어 사정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필요자금을 확보한 금융회사들이 여유자금을 단기시장에 내놓고, 구제안 재상정 기대로 시장 심리가 다소 완화되면서 이번에는 돈이 넘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오버나이트 금리는 0.5%로 떨어졌다.
불과 몇시간 차이로 금리가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이다.

중장기 금리도 비슷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날 오후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에 비해 24bp(0.24%포인트) 상승(채권가격 하락)한 3.82%를 기록했다. 시중 유동성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는 30bp 오른 2.28%를 기록했다.
구제법안 부결로 극도에 달했던 '안전자산'선호 현상이 퇴색되면서 국채값이 폭등세에서 급락세로 반전한 것이다.


이날 주가급등으로 금융시장 붕괴에 대한 우려가 희석되는 분위기이지만 자금시장의 불안감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게 뉴욕 금융권의 분위기이다.
액션 이코노미스트의 채권 담당 이사 킴 루퍼트는 "시중의 유동성은 많지만 극도의 공포로 인해 모두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크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액셀 머크는 "일반 대중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자금경색으로 기업들이 무너지고 일자리를 잃게 되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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