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 7000억달러의 나랏돈을 쏟아붓는 구제금융 법안에 대해 미국인 중 55%가 반대하고 있다. 미 의회가 법안을 부결시킨 것도 그래서다. "내가 왜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월가 고소득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1인당) 2000달러가 넘는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하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미국 국민들의 정서다.
지난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던 날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짐을 싸들고 나온 리먼 직원들을 TV로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던 미국의 서민들은 곧이어 이들이 고급 승용차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동정심을 거뒀다. 최고의 엘리트만 모였다는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리먼브러더스 등 최고급 IB 종사자들의 남다른 자부심도 그동안 일반 미국인들의 반감을 자극해왔다.
이 두 가지 사례 모두 '가진 자'와 '덜 가진 자'가 서로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아갈 수만은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자본주의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두가지 사례 모두 '감정'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금융시장의 운명 또는 조세원칙이 걸린 문제라면 특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