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앞다퉈 비상경영체제 도입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이새누리 기자, 오수현 기자 2008.09.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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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미국이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킨 후폭풍이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금융권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위기관리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가 하면 사안별 전담반을 만들어 대응전략 마련에 나섰다. 제2금융권도 영업축소 등 고강도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이날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국제금융위기대응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 국내외 금융혼란에 대비하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다.



태스크포스에는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주 목요일 정례회의를 열어 리스크 전략을 논의 중이다. 태스크포스에서 결정된 방침은 그룹 내 전 계열사에 전달되며 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갈 때는 수시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리스크관리 TF를 구성했다. TF는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중심으로 점검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연체율 관리 및 가계신용대출 부실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도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들은 통합 TF를 구성하진 않았지만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반을 구성하고 수시로 의견을 조율해 시장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즉각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현재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으며, 필요시 사안별 TF를 구성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그는 또 "모니터링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그룹차원에서 적극적인 위기관리 대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을 사전대응하기 위한 비상경영체제가 이미 마련됐다고 보면 된다"며 "시장 불확실성이 워낙 크고 금융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KB금융지주도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및 가계여신에 대한 부실가능성을 사전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일제히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캐피탈업계는 긴축경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하반기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곳들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불안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데 이어 최근에는 그나마 자금줄이 말라서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후문이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할부금융 및 신용대출 시장에서 외형경쟁이 치열했던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라며 "자금조달이 어려워 올해 3월 수립한 경영목표 달성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마케팅을 중단하고 대출기준도 상향조정하는 등 영업자산을 줄이는 긴축경영이 이미 시작됐다"고 귀뜸했다.

금융지주사에 속한 캐피탈사들은 그마나 상황이 낫지만 중소업체들은 발행채권 만기가 다음 달로 예정돼 있어서 유동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저축은행은 "외환업무 및 해외자금 차입이 없어서 즉각적인 타격이 없다"는 입장이나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게 된다면 예금금리를 올려야 하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편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기관들에게 공문을 보내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리스크 대응체제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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