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사상최대 적자 '이유가 뭘까?'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09.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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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영업일수 감소·선박인도 조정·유가·자동차 파업 꼽아

"사실 8월 경상수지 적자가 이처럼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 적자가 47억1000만 달러에 달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했다. 최근 외화유동성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가 달러 조달난의 장기화에 대비해 경상수지 흑자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마당에, 오히려 경상수지 적자폭은 전달에 비해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은은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된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자위하는 모습이다. 또, 아직 수출증가율이 견조함을 유지하고 있고, 유가도 하향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어 4분기 경상수지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상수지 사상최대 적자 '이유가 뭘까?'


8월 경상수지 적자가 전달의 25억 3000만달러 적자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된 것은 무엇보다 상품수지가 28억2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은 △영업일수 감소 △선박인도 조정 △유가하락 효과의 반영시차 △자동차 파업에 따른 수출차질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우선 국제유가 상승 충격은 8월 경상수지 악화에 한몫을 했다. 8월 중 에너지류 수출입차(수출총액-수입총액)는 적자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억9000만달러 증가한 100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에너지류 수출입차가 62억8000만덜러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과 극명히 비교된다. 국제유가가 7월 중순 이후 꺾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가격조정이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숫자는 반증한다.

외화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수출을 통해 해외의 달러를 국내로 대거 들여와야 한다. 그러나 8월 중 상품수지 적자는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96년 8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8월 중 수출증가세(전년동월대비)가 7월 32.8%에서 16.2%로 크게 둔화한 반면 수입 증가율은 46.1%에서 37.6%로 떨어지는 데 그친 결과다.



이를 의식한 듯 한은은 '수출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수출증가율이 전달에 비해 크게 하락했지만, 이는 영업일수의 차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8월 중 영업일수가 전년동월대비 1.5일 감소했고 지난 7월은 오히려 2일 증가했기 때문에, 일평균수출증가율을 통해 수출추이를 봐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논리다. 일평균수출증가율은 지난 7월 24.9%에서 8월 26.6%로 1.7%포인트 크다.

한은은 4분기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연간 경상수지 적자 예상규모는 기존 90억 달러 수준에서 100억 달러선으로 늘려 잡았다.

앙재룡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4분기 경상수지는 에너지 류 적자 축소 등에 힘입어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9월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줄고 유가가 하향 안정될 경우 연간 누적적자는 100억 달러 이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사상 최대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자본수지는 53억2540만달러 유입초로 돌아섰다. 지난 7월 빠져나갔던 규모(57억7460억달러)를 거의 메우는 수준이다. 이는 해외차입 증가로 기타투자수지가 큰 폭의 순유입을 보인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순유출 규모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무려 88억5590만 달러를 기록했던 증권투자수지 순유출은 8월 5억6680만달러로 급감했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가 66억달러에서 32억달러로 크게 줄어든 데다, 7월 34억달러 상당의 국내채권을 팔아치웠던 외국인들이 8월 들어 5억7880달러 상당의 순매수로 돌아섰기 때문. 이밖에 기타투자수지는 금융기관의 해외차입 증가 등으로 67억4000만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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