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외환銀 인수 딜레마

더벨 박준식 기자 2008.09.3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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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선택]⑧지주사전환으로 단기 유동성 부족…단독인수 쉽지않아

이 기사는 09월29일(11:1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주사 전환으로 유동성이 마른 KB금융지주가 외환은행(KEB) 인수에 나설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지주회사와의 컨소시엄 등을 통해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단독 인수는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당초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것이란 가정 아래 지주사 전환에 박차를 가해 왔다.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지주사 전환 계획은 지난 2분기 중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지주사 전환은 국민은행 (0원 %) 경영진의 노력으로 반대 비율이 15% 이내로 줄면서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외환은행이라는 뜻밖의 매물이 출현했다. 당초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지주사 100%, 은행 30%)을 높이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 게 단기적으로 현금유동성을 제약하는 덫이 돼버렸다.

국민금융지주 국내 계열사 재무현황(예상)
자본총계16조1071억원
자산총계223조444억원
국민은행 현금 및 예치금6조7274억원
국민은행 보유 유가증권34조2397억원
(2008년 2분기 기준)

실제 국민은행과 KB투자증권 등 KB지주 13개 국내외 자회사의 자본 총액은 16조1071억원, 자산은 223조444억원(이상 지난 2분기 기준)에 달한다. 이를 기준으로 지주사 대차대조표(B/S) 차변의 자기자본은 약 16조원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지주사 설립 직후 B/S의 대변에는 차변에 상응하는 액수의 계열사 유가증권(주권)만이 기재된다. 단기적으로 KB지주는 현금이 전혀 없는 상태에 놓이는 셈이다. 외환은행 인수와 같은 빅딜을 추진하기 위해 추진한 구조변경이 정작 급매물을 두고도 손쓸 수 없는 단기 유동성 부족(Financial crunch) 상황을 만든 셈이다.


KB지주는 차선책으로 현금 동원 능력이 있는 국민은행을 활용해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은행법에 따라 두 은행을 합병해야 한다. 현행법은 은행이 은행을 자회사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노조가 2006년 국민은행으로의 피인수를 결사반대했던 이유도 흡수합병에 따르는 구조조정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2분기까지 6조6020억원에 달했던 국민은행의 현금도 지주사 전환과 함께 절반 이상이 줄었다. 그동안 주가부양을 위해 1조원 가량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전환에 반대하는 11.38% 지분을 사들이면서 약 2조4000억원을 소진했다.

KB지주는 다시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했던 당시 활용했던 상환우선주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촉발한 국제 금융시장의 환경변화가 우선주 발행 여건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상환우선주에 비해 변제순위가 앞서는 은행 후순위채의 금리는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5.8%를 넘어서면서 7%를 돌파했다. 자금시장의 여건을 감안할 경우 KB지주가 M&A 용도로 우선주를 발행한다면 족히 두 자릿수의 금리혜택(배당 등)을 보장해야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KB지주는 이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처분 가능한 유가증권을 모두 현금화하고 △ M&A 거래 상대방에 현금 대신 주식을 주는 대등합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ING생명 지분 14.9%(시가 6000억 원)와 인도네시아 BII 지분 14%의 처분을 시도하면서 국내 금융지주사와 대등합병 의지를 내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론스타가 원매자 중 하나인 KB지주를 얼마나 기다려줄 지는 미지수다. 하나금융지주와 농협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KB지주와도 협상이 어렵다면 론스타는 다시 해외 원매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KB지주는 추후 대등 합병이 가능한 국내 금융지주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외환은행을 인수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B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자본조달비용(WACC)을 크게 높이거나 인수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후자를 택해 삼각 트레이드를 하는 게 추후 부담을 낮추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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