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는 없었다… 美증시 '패닉' 다우777p↓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9.30 06:29
글자크기

[뉴욕마감]구제법안 부결에 폭락… 나스닥·S&P 9% 주저앉아

'구제'의 손길은 닿지 않았다.
패닉(공황)에 빠진 투자자들이 주식 투매에 나서면서 미 증시가 가 '사상 최악' 수준의 폭락을 기록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777.68포인트(6.98%) 폭락한 1만365.45로 마감했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2005년 11월 수준으로 추락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2001년 9월17일 기록한 684포인트(장중 721포인트)를 훌쩍 뛰어넘었다.
하락률로는 사상 17번째이다.



나스닥지수 역시 무려 9.14% (199.61포인트)폭락한 1983.73을 기록, '사상 최악의 날'로 기록됐다.
S&P500지수는 106.59포인트(8.79%) 붕락한 1106.55로 마감,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2005년 5월 이후, S&P 500은 2004년 10월 이후 최저로 내려갔다.

지난주말 미국 4위 은행인 와코비아 은행이 씨티그룹에 인수되고, 유럽 주요은행들이 잇따라 부실자산으로 인해 국유화되면서 미 하원 표결 이전부터 미 증시는 급락세를 걸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달러 스왑 규모를 2400억달러로 2배 확대한다고 밝히는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시장에 사상 유례없는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세계 증시의 불안감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 하원 '구제법안' 부결...증시에 핵펀치

이날 오후 미 하원이 표결을 통해 정부가 제출한 '2008 긴급경제안정법(EESA)'을 반대 228대, 찬성205로 부결시키면서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공화당 의원은 3분의 2가 넘는 133명이 반대했으며, 민주당 의원 역시 절반에 가까운 95명이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가결에 필요한 217표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양당 지도부는 투표 시간인 15분이 지난 뒤에도 최종 표결 발표를 미룬채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나섰지만 표결을 번복시키는데 실패했다.

당초 이날 금융구제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1일 상원표결과 조지 W부시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최대한 신속히 구제금융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전업종에 걸쳐 폭락세가 확산됐지만, 구제금융법안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금융주가 S&P 10개 업종 가운데 낙폭이 두드러졌다.
와코비아 은행과 함께 모기지 부실 규모가 큰 것으로 지목된 클리블랜드의 내셔널 씨티 은행주가가 63.3% 폭락하는 등 규모에 상관없이 금융주들이 일제 폭락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에너지 관련주도 금융주와 더불어 가장 낙폭이 큰 업종으로 꼽혔다.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악의 급락세를 기록한데는 애플 주가 폭락 여파가 컸다. 애플은 증권사의 투자의견 하향 여파가 겹치면서 17.9% 폭락했다.
구글 역시 11.6% 폭락, 400달러 이하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기술주 급락을 재촉했다.

◇ '안전자산 선호'..미 국채 급등 금값도 강세, 유가는 폭락

세계 금융시장에 몰아칠 회오리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미 국채 가격은 급등(수익률 급락)하고 있다.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30bp이상 떨어진 1.76%를 기록중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이다.

초단기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은 0.51%까지 내려갔다.
10년만기국채 수익률도 한때 낙폭이 1989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며 전날에 비해 27bp 하락한 3.58%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배럴당 10.52달러(9.8%) 급락한 배럴당 96.37달러로 마감했다.

구제법안 통과 실패로 금융시장 불안과 신용경색, 이로인한 경기침체가 심화, 국제 원유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7000억달러에 달하는 금융구제법안이 미 하원 통과에 실패하면서 달러 가치가 엔화와 유로 대비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오후 4시23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1.85엔(1.74%) 폭락(엔화가치 폭등)한 104.16엔을 기록했다.

뉴욕증시가 폭락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딩 청산 수요가 증가한 점이 엔화가치 폭등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달러/유로 환율은 1.68센트(1.15%) 급락(달러가치 상승)한 1.4446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1.94% 폭등했다.

이날 구제법안 부결 여파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폭락한데다, 세계 금융시장 동반 쇼크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모기지업체 브래드포드&빙글리, 독일 2위 부동산 업체인 하이포 리얼 이스테이트, 벨기에 최대 금융회사인 포르티스 등이 일제히 정부의 구제금융 대상이 되면서 유럽지역 경기악화 우려가 확산된 점도 유로화의 상대적 몰락을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