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구제법안 부결… 시장 패닉(재종합)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9.30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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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민주 "새 대책 마련할 것"

미 정부와 공화 민주 양당 지도부가 합의해 표결에 부친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법안이 미 하원에서 부결됐다.

29일(현지시간) 미 하원은 표결을 통해 정부가 제출한 '2008 긴급경제안정법(EESA)'을 반대 228대, 찬성205로 부결시켰다.

공화당 의원은 3분의 2가 넘는 133명이 반대했으며, 민주당 의원 역시 절반에 가까운 95명이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가결에 필요한 217표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양당 지도부는 투표 시간인 15분이 지난 뒤에도 최종 표결 발표를 미룬채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나섰지만 표결을 번복시키는데 실패했다.

당초 이날 금융구제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1일 상원표결과 조지 W부시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최대한 신속히 구제금융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 공화-민주, "새 구제법안 추진"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표결 부결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구제법안 통과는 실패했고, 위기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팰로시 의장은 구제법안이 부결됐지만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것(another bite at the apple)라고 말했다. "

동석한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공화당이 구제법안을 사장시켰다고 비난한뒤 "우리는 새로운 법안 마련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존 뵈너 하원 원내대표도 법안 부결뒤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수정을 통해 새로운 법안을 상정시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뵈너 의원은 시장이 충격에 빠진 것을 의식 "모두들 진정하고 긴장을 푼뒤 일자리로 다시 돌아가자"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팰로시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측이 충분한 설명없이 무리하게 표결을 진행했다"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쏟아질 비난을 의식, 양당이 새 법안 마련을 언급하고 나섰지만 유대교 휴일(30일)이 끼어 있는데다, 양당 지도부의 정치력과 미 정부의 신뢰도가 심각하게 손상됨에 따라 조속한 시일내에 새 법안이 마련될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 부시 "매우 실망", 재무부 "시장안정에 모든 수단 동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법안 부결후 TV인터뷰를 통해 "법안이 부결된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의회 지도자들과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프래토 백악관 대변인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부시 대통령이 경제관련 자문을 얻기 위해 이날 오후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금융구제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는데 실패한 직후 성명을 내고 금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및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다음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미 구제법안 부결… 시장 패닉(재종합)


◇ 증시 사상 최대폭 하락..국채 폭등, 유가폭락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이 주식 투매에 나서면서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777.68포인트(6.98%)폭락한 1만365.45로 마감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2001년 9월17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무려 9.14% (199.61포인트)폭락한 1983.73을 기록, 사상 최악의 날로 기록됐다.

S&P500지수 역시 106.09포인트(8.75%) 붕락한 1106.89로 마감했다(지수는 잠정치)

세계 금융시장에 몰아칠 회오리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미 국채 가격은 급등(수익률 급락)하고 있다.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30bp이상 떨어진 1.76%를 기록중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이다.

초단기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은 0.51%까지 내려갔다.
10년만기국채 수익률도 한때 낙폭이 1989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며 전날에 비해 27bp 하락한 3.58%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배럴당 10.52달러(9.8%) 급락한 배럴당 96.37달러로 마감했다.

구제법안 통과 실패로 금융시장 불안과 신용경색, 이로인한 경기침체가 심화, 국제 원유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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