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보수·정원 동결로 1조원 절감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9.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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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예산안]

내년 공무원의 보수와 정원이 동결된다. 이를 통해 약 1조원의 예산이 절감된다. 예산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전망치 아래로 묶은 '작은 정부'식 예산안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2009년 예산·기금안'에 따르면 내년 공무원의 호봉별 보수는 올해 수준에서 동결된다. 공무원 개인별로는 호봉승급에 따른 임금상승만 평균 2% 정도씩 이뤄진다.



공무원 보수가 동결 또는 삭감된 것은 외환위기 상황이었던 1998,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정부는 공무원 기본급을 동결하면서 기말수당을 깎는 방식으로 보수를 각각 4.1%, 4.5% 삭감했다. 2005년에는 기본급이 동결됐지만 연말에 봉급조정수당이 지급되면서 결과적으로 보수는 1.3% 인상됐다. 이후 공무원의 호봉별 보수는 2006년 2.0%, 지난해와 올해 각각 2.5% 씩 인상됐다.

공무원 정원도 사실상 동결된다. 올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공무원 정원은 약 60만6000명. 정부는 전·의경 보충 등 불가피한 경우만 제외하고 증원 소요는 모두 해당 부처내 인력 재배치나 타부처 정원 감축을 통해서만 충당토록 했다.



정부가 공무원의 사기 저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보수 및 정원 동결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고통분담이다. 경기둔화와 고용난 속에 물가상승까지 겹치면서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공무원부터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물가상승이 임금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물가상승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정부 부문부터 끊자는 의도다.

둘째 현 정부의 공약인 '작은 정부'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참여정부 5년간 공무원 수는 약 10만명이 늘었다. '큰 정부'로 비판받아온 참여정부와의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공무원 정원 동결이다.


셋째 예산 증가율 억제다.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 증가율은 7.2%.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 7.4%보다 낮다. 참여정부 기간 중에는 예산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을 웃돌았다. 만약 공무원 보수 및 정원 동결이 없었다면 현 정부도 내년 예산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아래로 묶기 어려웠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공무원의 보수 동결과 정원 동결 효과를 모두 합치면 예산 절감 효과는 약 1조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보수를 올해처럼 2.5% 인상할 경우와 비교할 때 보수 동결을 통해 약 5800억원의 예산이 절감됐다. 또 공무원 정원 동결을 통해서는 약 4000억원의 예산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의 경우 공무원 신규채용 규모는 일반직, 기능직, 계약직, 별정직 등을 모두 합쳐 약 1만명 수준이었다.

1조원은 내년 예산 지출액 209조2000억원의 약 0.5%에 해당하는 규모다. 만약 공무원 보수 및 정원 동결이 없다면 내년 예산 증가율은 7.7%로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7.4%)를 웃돌게 된다.

현 정부로서는 공무원들 덕에 적어도 첫번째 예산안에서는 '작은 정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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