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에 포기한 나라살림 공약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9.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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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예산안]

지난해 대선 당시 '나라살림'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공약은 크게 3가지였다. △2009년 예산 10% 절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30% 이하 △2012년 균형재정 달성. 올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거듭 확인한 공약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 취임(2월25일) 후 불과 7개월 만에 정부는 이 가운데 2개의 공약을 포기했다. '예산 10% 절감'과 '국가채무 비율 30% 이하'가 그렇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2009년 예산·기금안'과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 지출액은 209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7.2% 늘어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2009년 예산 10% 절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올 1월 인수위에서는 '예산 대폭 절감'으로 한발 물러섰다. 이마저도 실제 예산안에 와서는 '7%대 증가'로 나타났다.



임기 마지막해인 2012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30% 이하로 낮추겠다던 공약도 물 건너갔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국가채무를 300조원 수준에서 동결, 임기 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30%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인수위 역시 올 1월 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2년 국가채무는 407조3000억원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0.9%로 잡혔다. 일반회계 국채를 앞으로도 매년 약 7조원씩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까지 재정수지 적자가 이어진다는 가정이 깔렸다.

앞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15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임기 내 30%로 낮추겠다는 대선 공약은 여건이 바뀐 데 따라 재검토해야 한다"며 목표 수정을 시사했었다.


전세계적 경기침체에 따라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 정책이 필요해진 만큼 국가채무 비율을 30% 이하로 낮추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이제 남은 재정정책 공약은 '2012년 균형재정 달성'.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살아남은 공약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0년 이후 연 7.8∼9.0%의 경상성장률 아래에서 예산 증가율을 연 6%대로 묶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실현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예산 증가율이 경상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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