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아 떨어져라" 하늘만 바라보는 키코株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08.09.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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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200원 장중 돌파..손실 커져도 속수무책

'무심한' 원달러 환율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29일에는 하루만에 30원 이상 폭등하며 장중 1200원을 돌파했다. 지난 2004년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키코株, 사면초가 "피가 마른다"=환율 급등 소식을 접한 키코 손실 업체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떨어져도 시원치 않을 판에 연일 고점을 찍으니 담당자들 입에서는 "피가 마른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실제로 키코 손실 업체들은 지금 사면초가에 빠졌다. 제이브이엠 (21,100원 ▲50 +0.24%)처럼 현금 여력이 받쳐준다면 과감하게 계약 파기라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보유 현금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상반기에 자기자본의 50% 이상 손실이 난 곳은 지금 환율로 손실을 확정을 할 경우, 자본 잠식이 유력하기 때문에 사실상 확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은행과 개별 협상에 나선 업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업체들은 은행에 일정 금액을 상환하고, 나머지는 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지만 은행 역시 개별 계약으로 리스크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 측의 요구가 받아 들여 질지는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산엘시디 (0원 %)와 하나은행의 경우처럼 해당 업체들이 못 갚으면 계약을 맺은 은행이 대신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은행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섣불리 한 곳의 편의를 봐줬다가 자칫 은행이 덤터기를 쓸 수도 있기 때문에 개별 협상도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차라리 정부에서 돈을 빌려다 갚으라는 것이 솔직한 심경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묘수 없어.."환율아 떨어져라"=설상가상으로 정부라고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이미 수차례 환율개입을 시사하고, 피해 업체에 대한 지원을 암시했으나 상황은 전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단 피해액 규모를 보면 무상지원이나 대신 갚아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정부 입장에서는 우선 흑자도산을 막겠다는 것인데 이것도 대책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직접개입해서 돈을 풀면 키코에 가입 안한 업체들로부터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고, 그렇다고 은행에 대출 압력을 넣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결국 지금 상황에서는 답이 없다"며 "손실을 확정해 털어낼 수 있는 업체라면 한시라도 빨리 털어내야 하고, 불가능한 업체들은 그저 마른 하늘에 비가 내리길 기다리는 심정으로 환율이 떨어지기만을 고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이브이엠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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