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는 정부 맘, 종부세는 국회 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9.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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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한 경제-카스테라]종부세 대부분 법개정 사항

10월 초부터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 1가구1주택의 고가주택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기획재정부는 양도세 부담 경감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이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및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을 조기에 추진키로 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정부는 왜 논란이 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지 못하고 국회의 눈치를 보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1가구1주택의 양도세 비과세 고가주택 기준은 시행령 개정사항으로 정부가 결정만 하면 시행할 수 있다. 반면 종부세 과세기준은 법에 정해져 있어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



소득세법(89조)은 1주택의 양도세 비과세 고가주택 기준을 시행령에 위임했고 소득세법 시행령(156조)은 고가주택의 범위를 6억원 초과로 정해놓았다. 이를 정부는 10월 초부터 9억원으로 고쳐 시행하겠다는 것.

반면 종부세 과세기준은 종부세법에 정해져 있다. 종부세법 7조는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이 6억원을 초과하면 종부세 납세 의무자로 정해놓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종부세 과세기준은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종부세법은 세액을 계산할 때 과세표준액의 몇 %를 반영하는지 적용비율(제9조)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종부세의 세세한 부분까지 법으로 규정돼 있는 것은 바꾸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다. 시행령은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정부가 바뀌면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은 논란이 될 경우 국회에서 개정되기까지 진통이 따른다. 국회에는 정부가 바뀌더라도 야당이라는 견제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종부세 세수를 지방자치단체 세수와 연결한 것도 종부세 개정이 어렵도록 박아놓은 '대못'이다. 법을 개정하는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종부세 세수는 지방자치단체에 분배되기 때문에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쉽사리 종부세 완화에 '찬성표'를 던질 수 없다.


종부세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헌법보다 더 고치기 어렵도록 만들겠다고 천명한 법이다. 정부가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하자마자 여당 내에서도 지역구에 따라 극심한 의견분열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노 전대통령의 선언은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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