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노이로제'…일단 피하고 보자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8.09.29 12:23
글자크기

주말 지나면서 과자류-커피류 매출 '뚝'

ⓒ송희진 기자ⓒ송희진 기자


중소기업 사장 박모씨(경기도 파주, 65)는 하루 일과를 커피 한잔으로 시작한다. 아침 일찍 출근해 사무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커피믹스' 하나를 뜯어 커피를 손수 만들어 마신다.

그런데 중국에서만 문제라던 멜라민 문제가 국내에서도 들끓고 커피크림에도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오랜 '모닝커피'의 습관을 딱 끊었다. 문제가 된 커피크림은 영세업체에서 수입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지만 찜찜한 생각에 커피믹스 커피를 당분간 마시지 않기로 한 것.



"커피는 어디까지나 기호식품이잖아요. 주식도 아니고 멜라민 때문에 문제라니 아예 안마시기로 했어요." 박 사장의 말이다.

'멜라민' 관련 제품이라면 일단 피하고 보자는 소비 심리가 확산되면서 관련 제품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식약청이 뒤늦게 일명 '멜라민 리스트'를 전격 공개하고 전국에 관련 제품의 유통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초강수로 선회, 멜라민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멜라민 검출 여부나 유해성 여부를 떠나 일단 관련 제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팽배해지고 있다.

29일 신세계 (154,900원 ▼1,300 -0.83%) 이마트에 따르면 전국 116개 매장을 대상으로 최근 4일간(25~28일) 과자류와 커피류 매출을 조사한 결과, 과자류 매출이 전주대비 10.5% 감소했다. 커피류 매출은 12.5% 줄었다.

지난 24일 저녁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에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식약청 발표가 나온 이후 과자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주말 과자 소비가 현격히 줄어든 것.
커피믹스에 사용되는 커피크림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커피 매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마트가 같은 기간 58개 전점에서의 과자 매출을 조사한 결과 17.2% 감소했다. 스낵 매출이 24.6% 줄었고 비스킷 매출은 30.2%나 떨어졌다. 초콜릿, 파이류도 각각 12.4%, 6.3% 감소했다. 문제의 핵심인 유제품이 포함되는 비스킷, 초콜릿, 파이뿐만 아니라 스낵 매출도 크게 줄어 과자 전반에 대한 팽배해진 불신 현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커피크림 매출도 11.4%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청의 멜라민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그 사이 과자와 커피에 대한 막연한 불신만 조장돼 소비자들이 거의 멜라민 노이로제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은 기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