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건설사의 어려움은 알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면 모든 ABCP를 상환해줄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B증권사 임원)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만기도래 자산유동화담보부기업어음(ABCP, Asset Backed Commercial Paper)의 상환 연장을 놓고 건설사와 금융권간 시각차가 벌어지고 있다.
비교적 우량건설사로 꼽히는 A3+를 제외하곤 A3와 A3- 건설기업의 ABCP 상환 규모는 258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다. 이는 올 초부터 CP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론으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론 전환 과정에서 금리가 높아져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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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 관계자는 "A3-와 A3 건설기업은 현재 진행 중인 자산매각 등의 구조조정계획 이행 여부가 단기유동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며 "만약 금융권 유동성 부족이 심화되면 A3+ 건설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총력="요즘 브릿지론 상환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한 중견건설사 용지매입 담당임원은 100억원도 안 되는 토지매입 브릿지론 상환 때문에 연일 금융권 문을 두드렸다.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PF를 받을 때까지 브릿지론을 연장해야 하는데 저축은행을 제외하곤 돈을 빌려주겠다는 곳이 없었기 때문. 결국 고금리를 감수하고 저축은행 돈을 썼지만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문제는 브릿지론 연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상당수 중견건설사들이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에 달하는 ABCP를 상환해야 하지만, 금융권 유동성 부족이 심각하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금융권은 ABCP 상환 때 자산매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자산매각도 우량 물건이 아니면 팔리지 않고, 특히 시행사 부도나 채무이행 포기로 시행권까지 떠안으면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금융권의 건설사 지원협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만약 지원협약에서 제외될 경우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한 은행 관계자는 "ABCP 상환도 (ABCP가) 팔려야 가능한데 요즘은 팔리지도 않는다"며 "바젤2협약(기존의 은행건전성 기준인 BIS비율을 강화한 새로운 BIS협약) 때문에 리스크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누가 미분양만 적체된 리스크 덩어리를 떠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건설사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전제조건으로 미분양펀드가 성공하거나 정부가 현실성 있는 건설사 지원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