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고유가ㆍ고환율시대의 여행업

이정주 에프아이투어 대표 2008.09.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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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고유가ㆍ고환율시대의 여행업


최근 주식시장에서 여행업종주의 약세가 매우 두드러진다. 바로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던 여행주들이 증시 평균 하락율을 훨씬 하회하는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증시에서 '황금주'로 분류되던 여행업계를 이렇게 '공황' 상태로까지 내몰린 원인은 무엇이며, 향후 여행업계는 어떻게 변화되어 갈까.

2000년 하나투어의 직상장을 선두로 모두투어와 롯데관광개발이 잇따라 직상장에 성공했고, 2006년과 2007년 사이에는 중소형 여행사들이 대거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진입했다.



주가상승 측면에서 하나투어의 성공가도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의 주가는 상장 첫날 5700원으로 마감한 후 2002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2007년 8월에는 10만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해냈다.

여행업계 주가 상승의 원천은 단연 실적이었다. 2000년~2005년 사이 패키지 여행객이 평균 30.1% 증가했고, 관광을 목적으로 한 해외출국자수도 평균 20.6% 늘어났다. 이는 원화 강세와 소득증가에 따른 여행비용의 상대적 하락, 그리고 주5일 근무제 도입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6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작년말 100달러를 돌파한 후 올해 들어 150달러 선을 넘는가 하면, 900원대 초반이던 환율은 최근 1150원선까지 상승하면서 여행업계를 뒤흔들어놨다.

다행히 150달러 선을 위협하던 국제 유가는 최근 100달러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했고, 경기 회복을 기대하듯 국내 10월 해외여행 예약율이 예년수준을 회복했다. 바닥을 확인한 여행주들도 본격적으로 반등하고 있다. 경제지표에 민감한 여행업이니만큼 지표개선에 따른 반등이 시작되었다고 조심스레 전망해볼 수 있는 시점이다.

한시름 놓은 시장에서는 여행업계에 대한 재조명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 평균을 훨씬 하회했던 실적 및 주가하락의 원인에 대해서 여러가지의 원인 분석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결론은 '여행업계의 재편' 이라는 것이다.


최근 여행업계에서는 여행이 갖는 삶 속에서의 의미에 대한 원론적인 고찰 단계부터 여행상품을 기획하는데 접목시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행사가 짜놓은 스케줄에 따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곳을 ‘찍고’ 다녀야 하는 패키지 여행과는 달리 비록 단 한곳의 여행지라도 자신이 디자인하고 준비한 일정으로 여행을 즐기는 개별자유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으로 트렌드가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행업계의 3중고라고 불리우는 고유가, 고환율, 항공사의 항공권수수료 인하 정책. 분명 여행업계를 지금의 위기로까지 몰고 간 주요 원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행업계가 스스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며, 소비자 위주의 여행상품을 제공하면서 여행을 문화의 차원에서 접근했더라면 타 업계에 비해 위기설이 더욱 부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이제는 고유가, 고환율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어쩌면 70, 80달러 이하의 국제유가는 더 이상 경험해 보지 못할 먼 과거의 얘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유가, 고환율에 대한 소비자의 소비 체감이 둔화되는 시점에 소비자들은 다시금 '여행'이라는 자유를 꿈꾸며 인터넷과 책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고 싶은, 자신이 느끼고 싶은 나라 밖의 세상에 대해 상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여행에 대한 소비심리와 국내외 경제지표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때 쯤에도 패키지 위주의 여행업이 성행한다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여행업계가 보여주었던 코스닥에서의 성공신화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분명 개별자유여행이 여행시장의 대세이고, 이제는 선진 수준의 여행문화를 국내 여행 시장에 접목시킬 단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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