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구제법안 성공, 중국·중동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9.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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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해 재원조달… 해외투자자들 매입 여부가 성공 관건

미국 정부는 최악의 경제 위기를 차단할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에 필요한 자금에 국민 세금도 투입하지만 대부분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한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 협조가 성패에 중요 관건이다.

특히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중국과 '오일머니' 중동 지역의 협력이 절실하다. 이들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이 향후 발행될 미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구제안은 재원 마련에 실패해 시행도 되기 전에 좌초할 수 있다. 또 해외 투자자들은 이번 구제금융이 미국 국채 가치를 폭락시킬 것으로 예상해 대거 매도에 나설 수도 있다.



이와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법안의 성공은 해외 중앙은행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의 손에 달려있다고 보도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금융기관들의 고갈된 자본을 보충시키기 위해 필요한 구세주와 같은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이 모간스탠리 지분 20%를 인수한 것은 좋은 예다.



미국 내에서 해외 자본의 중요성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동안 미국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군림해오던 지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한때 전세계 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도맡았다. 그러나 이번 위기로 대형 금융기관들이 나가떨어지는 등 익사 직전의 허우적대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는 해외 금융기관들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자금을 지원했던 진짜 이유도 중국 등 막대한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해외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는 관측이 제기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내에서도 높은 해외자본 의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이번 위기는 모기지 대출자들의 탐욕 때문이라기보다 해외 투자자들의 막대한 자금 유입이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대선 후보들도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서 미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강대국들이 높은 해외 자본 의존도 때문에 곤란을 겪은 일들은 수없이 많다.
영국이 1956년 수에즈 운하에 대한 점유를 포기한 것은 좋은 예이다. 당시 영국은 전후 경제 재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영국에 수에즈 운하 점유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지원을 삭감하겠다고 위협했고, 영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미국은 아직까지 정치, 군사적으로 세계 최대 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달러화도 전세계 기축 통화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보유가 증가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껴 더 이상 미국 국채를 매입하지 않거나 팔아 치울 경우 금리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는 가뜩이나 취약한 미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채권 국가들은 미국 국채를 너무나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미 국채 가치를 추락시킬 조치를 취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달러 가치를 한없이 보호해줄 것이란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이미 1조달러가 넘는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이 달러 가치 하락을 가속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미 국채 보유를 줄여야 한다는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국부펀드들도 미 금융기업들에 대한 지분을 늘리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관망하고 있다. 중국투자공사(CIC)는 국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모간스탠리 지분을 확대하려던 계획을 원점으로 돌렸다. 쿠웨이트, 아부다비 등 중동 국가들의 국부펀드도 현재로선 월가 은행들에 대한 투자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는 미국인들이 저축을 별로 하지 않았음에도 해외 투자자들의 대출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를 지속해야지만 유지될 수 있는 악순환에 빠졌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프레드 버겐스텐 소장은 "재무부가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구제금융과 국채 발행에 대한 로드쇼에 나서야할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은 최근 유로 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자본에 대한 의존도 증가는 경제 정책의 자율성이 훼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더라고 해외 투자자들이 반대할 경우 정책의 효과는 반감된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해외투자자들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을 매입해주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WSJ은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자금이 필요하지만 해외투자자들이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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