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0년전 환경·성장 조화를 주장한 관료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09.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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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강국 초대석]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누구?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지금부터 22년 전인 1986년에 UC버클리 대학원 에너지자원학과에 입학했다. 에너지와 지하자원을 담당하는 동력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소속 사무관으로서 관련 분야를 공부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당시 UC버클리는 근본주의적인 환경이론의 중심지였다. 에너지자원학과의 학풍도 성장 위주의 에너지 개발과 관리가 아니라 성장과 환경의 균형을 배려해야 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금은 성장과 환경의 상생에 아무도 의문을 달지 않지만 당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개발'이 지상목표이던 시기였다. 에너지관리학과에서 환경학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생소했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당시 UC버클리 학문 의 핵심은 `환경을 고려한 에너지'였다"며 "에너지를 공급 위주로만 생각하는 데 대한 반성 차원에서 수요관리를 중요하게 다뤘다"고 회상했다.

성장과 환경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이 이사장의 철학은 이때 형성됐다. 그는 석사학위를 받고 1988년에 한국에 돌아온 뒤 "환경을 고려한 에너지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성장' 논리만 존재하던 당시엔 아무도 이 이사장의 말을 주의깊게 듣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범국가적 비전으로 제시하고 이 이사장은 이같은 비전을 수행하는 실무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 수장으로 취임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 돌이켜보니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 초에 이미 에너지 개발로 인한 환경문제를 깊이 반성하고 성찰했던 것같다"며 우리나라가 좀더 일찍 환경과 에너지문제에 집중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이 이사장은 에너지 문제는 결국 생활방식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본다. 어쩌면 이 시대의 문명이 너무 낭비적이고 호사스럽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본에 가보니 `스마트 라이프'(Smart Life)라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먹고 입고 사는 것이 에너지를 절약하는 길인지 소개하고 동참을 이끌어내는 운동인데 의식주를 바꿔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게 바로 `현명한 생활'이라는 거죠."


이 이사장은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환경을 고려한 에너지 소비가 수반되지 않으면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강조햇다.

이 이사장을 인터뷰한 날은 이미 가을이 시작됐어야 마땅한 9월 말이었지만 바깥기온은 섭씨 31도까지 올라가며 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공단의 엘리베이터는 4층까지는 운행되지 않았고 불필요한 전등을 꺼버려 복도는 다소 어두컴컴했다. 게다가 실내엔 에어컨 대신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 이 이사장을 비롯한 에너지관리공단 직원들은 환경을 고려한 에너지 소비를 솔선수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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