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제안 합의' 어떤 내용 추가됐나?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9.29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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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전·지급보증 등 공화당 주장 반영… 시장에 '진정제' 역할

미 상하 양원과 정부가 28일 새벽(현지시간) 금융 구제 법안 주요 내용에 합의했다.

구제법안에 대한 막판 타결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끄는 민주당이 구제금융에 반발해온 공화당측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이뤄졌다.

세금의 형태로 정부의 손실을 보전하고, 일부 부실자산에 대해서는 직접 매입이 아닌 정부의 지급보증 방식을 도입하는 내용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구제법안이 최종법안 문서화를 거쳐 29일 의회표결을 통과하면 세계 금융시장 시스템붕괴 우려는 일단 진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구제법안만으로 시장이 급속히 안정되고 경기둔화추세가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



◇ 감시장치 대폭 강화, 자금회수 장치 마련

공화당은 공적자금 투입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자산매입이 아닌 정부 지급보증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이 일부 부실자산에 대해 이같은 방식을 도입하기로 양보함에 따라 협상이 급진전됐다고 의회 소식통들은 전했다.



아울러 구제금융 집행 5년뒤에도 매입한 부실자산의 가치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자산을 매각한 금융회사들이 정부에 손실을 보전하는 내용을 추가하고, 정부는 의회에 구체적인 자금 회수방안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공공자금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양당 의원들로 구성된 공동 감시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무부의 조치를 점검할 감찰관을 지정하며, 정기적으로 회계감사원(GAO)의 감사를 받도록 했다.
당초 정부안이 재무부 장관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준데 반해 합의안은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정부 조치에 제동을 걸수 있도록 하는 등 감시장치를 대폭 강화했다.

◇ 지급된 성과급도 부실발생시 회수 가능


민주당측이 주장해 왔던 내용들도 대폭 수용됐다.

특히 부실자산 매입 대상을 대형 금융회사뿐 아니라 연금펀드, 지방정부, 저소득층 대상 금융업무를 하고 이는 중소 상업은행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부실 자산 매입 대상이 된 금융회사 경영진의 퇴직 보너스에 상한선을 설정하고 임원들의 임금도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특히 이미 지급된 성과 수당이라 할지라도 추후 '성과'가 악화됐을 경우에는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해 단기적 성과를 통해 거액의 보너스를 챙겨온 관행에 쐐기를 박았다.

정부는 공적자금으로 금융사의 부실 자산을 매입하고 대신 해당 금융사의 주식 매입권리를 얻는다. 이는 국민 세금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보호장치. 미 정부는 회생 이후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의 주식을 되팔아 국고를 충당할 계획이다.
정부가 직접 모기지담보증권의 지불을 보증하는 등 주택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도 추가됐다.

◇ '역경매'방식 자산매입 원활할지는 의문



일요일인 28일, 양당은 법안 문구 수정작업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29일 의회표결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킨다는게 양당 지도부의 방침이다.

공화당 내에서는 아직도 구제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아 표결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주까지도 금융구제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미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돼 있는 만큼 구제법안은 의회 승인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의회가 승인할 경우 재무부는 1차로 2500억달러를 즉시 시장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1000억달러를 추가 투입할 수 있다.
나머지 3500억달러는 의회가 별도의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사용이 가능하다.



금융회사들이 매각가격을 제시하는 '역경매'방식을 통해 실제 자산이 매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회사들이 얼마나 신속히 매각 대상부분을 분류하고 가격을 산정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데다, 부실자산 매각과 동시에 손실을 장부에 즉각 반영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이 자산을 자발적으로 매각하려 할지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헐값 매입'과 '혈세 낭비'논란을 막기 위해 매입 가격 결정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부실자산이 매각되면 다른 금융회사들이 이 가격을 기준으로 장부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매각 과정을 통해 금융회사들의 자본이 부실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며 재무부의 부실자산 매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를 줄임으로써 시장에는 '진정제'역할은 하겠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타이펠 니콜라우스의 옵션 투자전략가 엘리어트 스파는 "경기악화의 실상과 부진한 기업실적이 부각되면서 시장 부양효과는 하루 이상 가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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