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자산관리 비결은 맞춤형 인재관리"

취리히(스위스)=이새누리 기자 2008.09.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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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금융강국KOREA]세계 금융리더를 해부한다 ③UBS

스위스 취리히 중앙역에서 10분쯤 걷다 보면 반호프거리(bahnhof strasse)가 펼쳐진다 . 트램 전용도로라 자동차가 없는 한적한 거리에 까르띠에, 샤넬, 로렉스, 발리 등 세계적인 명품 숍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건물 높이는 5층으로 제한돼 있어 부촌의 느낌을 더한다.

"세계최고 자산관리 비결은 맞춤형 인재관리"


1㎞가 넘는 반호프 거리를 반쯤 걸었을까. 4층짜리 석회색 건물에 쓰인 빨간색 글자 'UBS'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스위스 본점과 HSBC, AIG 등 세계금융기관들의 스위스 사무소가 몰려있어 스위스 '은행가'라고 불린다. "이 근방을 걸어다니거나 트램에서 만나는 사람 대다수가 은행인"이라는 현지인의 귀띔이 새삼스럽다.



◇"사람이 최고다"= UBS의 히스토리안인 크리스찬 라이츠 이사는 '오직 UBS만 갖고 있는 게 무엇이냐'고 묻자 주저없이 '인적 자원'(human factor)를 꼽았다. 펠리칸 거리(pelikanstrasse) 건물에서 만난 그는 기자의 노트북과 녹음기를 가리키며 "물론 이런 기술도 중요하지만 곳곳에 거대한 '사람만의 영역'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은행이 합병을 앞둔 A사의 자문을 맡았다면 A사에 신뢰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자신감을 실어줘야 한다. 이는 기계나 장비가 대신 해줄 수 없다.



UBS의 강점으로 꼽히는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WM) 영역은 더욱 그렇다. 라이츠 이사는 "내가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설명할 때 궁극적으로는 너와 나, 사람 대 사람의 문제"라며 "은행은 고객이 뭘 원하고 기대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최고 자산관리 비결은 맞춤형 인재관리"
UBS의 직원 훈련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금융권 처음으로 WM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트레이닝센터를 세운 UBS는 고객 니즈를 파악하는 방법과 고객 응대 방식 등 '사람을 대하는 요령'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그는 "WM에서는 e뱅크나 전자거래처럼 상대적으로 기술이 중요한 투자은행(IB)보다 '고객경험'(client experience)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솔직히 글로벌은행 A와 B가 내놓은 상품에는 그리 큰 차이점이 없다"고 전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관건이라는 뜻이다.


◇M&A로 성공신화= UBS의 '역사'는 2000년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큰 골격은 뉴밀레니엄 이전에 완성됐다. 지난 98년 스위스 양대은행인 UBS와 SBC 합병을 통해서다. 당시 UBS는 WM분야에, SBC는 IB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합병 이후 두 분야는 각자 또 따로 제역할을 하며 시너지를 냈다.

라이츠 이사는 "1980년대는 상업은행이 주를 이뤘지만 SBC와 UBS 모두 세계적 IB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고 90년대 들어 각자 이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합병 이후 총자산은 1조 스위스프랑(CHF). UBS는 유럽 최대 금융기관이 됐다.
 
여기에 2000년 미국계로 세계 4위의 PB 업체인 페인웨버를 인수한 것은 적잖은 변화였다. UBS는 미국시장 진출의 물꼬를 텄고 회사 문화도 바뀌었다. 그는 "지금 같은 금융위기에도 미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자 동경의 대상"이라며 "글로벌 은행이라면 미국시장에 진출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페인웨버 인수 이후 미국 국적의 직원수는 전체의 40%에 달하면서 본사가 있는 스위스 직원(37%)을 제쳤고 미국시장 점유율도 2년새 1.9%에서 4.5%로 높아졌다.

UBS는 M&A에 앞서 AM(자산), FX(외환), 주식, 사업 등을 모두 다이어그램으로 그려본다. 교집합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뒤 접근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 이후의 밑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으면 대혼란(chaos)을 겪을 수 있다.

라이츠 이사는 M&A 노하우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출국에 대한 문화를 비롯해 정치 흐름까지 꿰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응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전략이 있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아울러 '브랜드 관리'도 무시못할 요소다. UBS는 수많은 M&A를 거치면서 'UBS' 이름를 고수했다. 같은 스위스 출신 기업인 네슬레와는 다른 방식이다. 네슬레는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모두 각각의 이름을 쓴다.

◇글로벌 마인드= 라이츠 이사는 영어로 답하면서 수시로 독일어를 사용했다. 미묘한 해석차가 있을 수 있는 대목은 독어로 얘기를 하고 통역을 통해 의미를 전달했다.

스위스에는 4개 언어가 공존한다. 독어를 쓰는 취리히를 벗어나 2시간 남짓 기차를 타고 제네바로 가면 불어를 쓰는 탓에 또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스위스에서 독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64%로 가장 많다. 다음은 불어(19%)와 이태리어(8%)이며, 나머지는 토속언어와 방언을 쓴다. 영어는 기본이다. 공공장소 안내문과 교통표지판은 독어, 불어, 이태리어가 다 적혀있어 빼곡하다.

이런 환경 덕분에 스위스인들은 글로벌 마인드를 타고 난다고 한다. 부존자원은 없지만 스위스가 부국으로 성장할 수 요인으로 언어구사능력을 꼽기도 한다. UBS의 성장에도 이런 환경이 한몫 거들었다. 라이츠 이사는 "미국에서는 영어가 통하기 때문에 오히려 쉽지만 각국의 언어를 쓰는 유럽, 특히 고객을 개별적으로 다뤄야 하는 WM분야에서는 언어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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