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P 7000억만기 "PF의 위기"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8.09.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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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PF 사실상 개점휴업

9월 위기설의 상흔이 가시기전에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가 건설·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건설·부동산 PF시장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은행권이 유동성 부족으로 신규투자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연쇄적으로 캐피탈, 증권, 저축은행까지 유동성 부족에 직면해 있고, 이는 건설·부동산 프로젝트로 유입되던 자금마저 끊기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PF대출의 차환(리파이낸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중견건설사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

이같은 건설·부동산 PF 위기는 금융권의 최근 투자행태 때문에 확대 재생산된다.



신규로 검토중이던 PF대출이 투자심의를 거의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 예전같으면 투자심의를 쉽게 통과했던 프로젝트들마저 금융시장의 신용경색과 금리 상승, 사업 리스크 증대 등의 이유로 번번이 투자심의에서 퇴짜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공모형 PF개발사업 및 민자SOC사업과 같은 초대형사업은 물론 일반 분양프로젝트, 상가 프로젝트까지 모든 신규 건설ㆍ부동산 프로젝트가 자금시장이 풀리기만을 기다리며 사업화 시기를 미루고 있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 전체가 미래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면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여신을 주저하고 있다"며 "신디케이트도 조달 금리 상승만큼 수익이 받쳐주지 못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부동산PF 담당자는 "각 은행들이 바젤2(신BIS협약)협약에 대비한 3/4분기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신규 PF대출이 사실상 중단상태에 있다"며 "4/4분기에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대출을 축소하면서 CP(기업어음)를 유동화해야 하는 캐피탈과 증권사마저 유동성 부족이 심화됨에 따라 만기가 도래하는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리파이낸싱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에 따르면 현재 기업어음 신용등급이 A3(투자위험도는 낮지만 급격한 환경변화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등급)인 건설사가 연내 상환해야 할 ABCP 규모는 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ABCP가 저축은행으로 몰리면서 금리도 급등하고 있고 여기에 빠른 속도로 자금이 소진되면서 남은 ABCP의 상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ABCP의 리파이낸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100억원도 안 되는 토지매입비용의 브릿지론을 연장하는 것조차 벅찰 정도로 상황이 안좋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무리한 조건에 싸인을 하지만 만기도래 ABCP는 어떻게 리파이낸싱할 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 전문가는 "현재 중견건설사들은 신규 프로젝트 추진조차 힘들어 외형 성장세가 꺾이고 있고, 자금 조달시장이 막히면서 만기도래하는 ABCP의 리파이낸싱도 어렵다"며 "건설ㆍ부동산 PF발 위기가 확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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