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어느나라란 말이냐?" 주부들 뿔났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8.09.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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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도 '수입산' 표기 원재료 국적불명

↑26일 오후 1시경 대형마트에서 한 주부가 아이에게 먹일 간식을 고르다가 원재료 항목을 찾고 있다(위 사진의 제품들은 멜라민 함유 여부와 무관합니다).↑26일 오후 1시경 대형마트에서 한 주부가 아이에게 먹일 간식을 고르다가 원재료 항목을 찾고 있다(위 사진의 제품들은 멜라민 함유 여부와 무관합니다).


26일 오후 1시. 전업 주부들이 한창 장을 볼 시장이지만 용산의 한 대형마트 과자매장은 한가하다. 매대에 들른 일부 소비자들도 제품 원재료 목록을 확인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기 일쑤다.

사당동에 사는 주부 강혜숙(49·가명)씨는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 두 팩을 싸게 사서 아이들에게 먹였는데, 다 먹고 나니 뉴스에 터지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강씨는 나머지 한 팩이 남아있지만 환불 받지 않고 버렸다. "환불도 귀찮다. 자주 사먹던 것도 아니고 정말 간만에 사서 먹였는데 이런 일이 터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들의 원성은 높았다. 멜라민 함유 여부와 관계없이 먹을거리 자체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어진 듯 보였다.



↑한 제과업체의 원재료 표시 사례. 필리핀산, 국산은 명기돼 있지만 '수입산' 표시는 원산지가 어딘지 알 방법이 없다(위 사진은 멜라민 검출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한 제과업체의 원재료 표시 사례. 필리핀산, 국산은 명기돼 있지만 '수입산' 표시는 원산지가 어딘지 알 방법이 없다(위 사진은 멜라민 검출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더구나 식음료 제품에 표시된 원재료 이름에 정확한 산지 대신 '수입산'으로 표시된 제품이 태반이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국산 재료의 함유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제과업체의 원재료 표시 예. 대두의 원산지가 '수입산'으로 표시돼 정확한 원산지를 알 길이 없다(위 사진은 멜라민 검출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한 제과업체의 원재료 표시 예. 대두의 원산지가 '수입산'으로 표시돼 정확한 원산지를 알 길이 없다(위 사진은 멜라민 검출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8개월된 딸과 함께 마트를 찾은 김경하씨(31·용산구 한강로)는 과자를 한 봉지도 사지 않았다. 원래 과자를 즐겨먹는 편이 아니었지만 멜라민 사태를 보고 아예 군것질을 하지 않기로 했다.

김씨는 "아무래도 께름칙하지 않냐. 제품 원재료 목록을 봐도, 국산, 미국산 등은 써있는데 애매하게 '수입산'이라고 써있는 제품이 대부분"이라고 한탄했다.


현행 식음료 원재료 표기법에 따르면, 1년 평균 3번이상 주원료 수입국이 바뀌는 제품에 한해서는 국가 표기 없이 '수입산'으로 표기할 수 있게 돼있다.

이 때문에 중국산 원재료가 포함됐어도 단순히 '수입산'으로 표기되는 제품이 태반이다. 오히려 '중국산'이라고 표시된 제품을 찾기 힘들 정도다.



↑한 제과업체의 원재료 표시 예. 팜유가 말레이시아산으로 표기된 것과 달리 밀은 '수입산'으로 표시돼있다. 현재 식음료 원재료표기법에 따르면 1년에 3번 이상 수입국이 바뀌는 재료에 대해서는 국가를 표기하지 않고 '수입산'으로만 표시할 수 있게 돼있다(위 사진은 멜라민 검출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한 제과업체의 원재료 표시 예. 팜유가 말레이시아산으로 표기된 것과 달리 밀은 '수입산'으로 표시돼있다. 현재 식음료 원재료표기법에 따르면 1년에 3번 이상 수입국이 바뀌는 재료에 대해서는 국가를 표기하지 않고 '수입산'으로만 표시할 수 있게 돼있다(위 사진은 멜라민 검출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아이를 둔 엄마들의 불안감은 특히 컸다. 과자나 유제품 외에 일반 먹을거리도 국산 선호 현상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째 아이가 아토피가 심해 과자를 먹이지 않는다는 주부 김재숙씨(32·상도동)는 "둘째 아이도 과자를 먹이지 않고 있다. 간식 삼아 돈육강정을 샀는데 이것도 국산"이라며 "값이 더 나가더라도 되도록 국산 먹거리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만에서 3개 업체를 통해 국내로 수입된 커피크림(4~9월 수입분)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직장인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커피크림에는 우유에서 유래된 식품첨가제인 카제인이 함유돼 있다.



↑26일 오후 1시경 용산의 한 대형마트 매장. 전업주부들이 한창 쇼핑을 할 시간이지만 과자 매대에는 사람이 없다(위 사진의 제품들은 멜라민 함유 여부와 무관합니다).↑26일 오후 1시경 용산의 한 대형마트 매장. 전업주부들이 한창 쇼핑을 할 시간이지만 과자 매대에는 사람이 없다(위 사진의 제품들은 멜라민 함유 여부와 무관합니다).
회사원 두진일씨(31·후암동)는 "평소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의 커피는 양이 많고 비싸 자판기 커피를 애용해왔다"며 "가장 기본적인 먹을거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서글프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청은 428개 수입 품목 중 26일까지 124개 제품(166건)을 검사해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터드'와 제이앤제이인터내셔널의 '밀크러스크 비스켓, 유창에프씨의 '유창베지터블크리머F25' 등 중국산 수입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앞서 멜라민이 검출된 2개 제품은 이미 회수가 완료됐고, 유창베지터블크리머F25는 보관 중인 160톤이 압류된 채 유통된 판매처에서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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