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칸펀드, 성장성ㆍ가치에 투자포인트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8.10.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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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돈 되는 펀드, 돈 잃는 펀드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를 10% 이상 초과달성하겠다고 고객에게 약속했다. 고객자산을 불려야 하는 펀드매니저로서의 의무이자 과거 운용성과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이다."

박건영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최고투자임원 겸임)은 지난 6월27일 설정한 '칭기스칸 주식펀드'(이하 칭기스칸)에 대해 "시장보다 늘 10% 이상 높은 성과를 내도록 운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시장에서도 3년 이상 꾸준히 시장을 이기는 펀드매니저가 드문 현실에서 다소 위험하게(?) 보이는 비전을 제시한 것.



이 같은 운용목표는 과거 성과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이미 운용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7월 초 국민연금으로부터 최고운용사로 선정됐다. 국민연금의 자금을 가장 잘 운용한 회사로 미래에셋자산, 마이다스에셋, 코스모투자자문 등과 함께 '베스트 운용사'로 뽑힌 것. 안정된 운용성과에 힘입어 자산규모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1년 말 387억원 규모의 NAV(순자산가치)가 올 8월 말에는 2조886억원으로 급증했다. 6년8개월 만에 NAV가 54배 늘어났다.

칭기스칸의 운용성과도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설정일 이후 9월24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2% 하락했지만 칭기스칸은 4% 하락에 그쳤다.
칭기스칸펀드, 성장성ㆍ가치에 투자포인트


성장성= 주가상승 모멘텀, 밸류= 주가 유지



박건영 부사장은 트러스톤에 합류하기 전 명성을 날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간판펀드인 '디스커버리'와 '인디펜던스'를 운용하면서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인정받았다.

그는 "기업의 성장성은 주가상승을 견인하고 가치(밸류)는 상승주가를 유지한다"라는 투자원칙을 갖고 있다. 성장과 밸류 한쪽을 중시하는 펀드매니저가 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박 부사장은 특이하게 양자의 조화를 꾀한다. 이를 통해 펀드매니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성장성이 정체된 기업은 투자자(주주)들에게 '꿈'을 심어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꿈이 없는 기업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그는 LG화학 (316,500원 ▼3,000 -0.94%)을 선호한다. PER(주가수익배율) 등이 엇비슷한 동종업체들에 비해 LG화학이 2차 전지와 자동차용 배터리 등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어 펀드에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박 부사장이 미래성장성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자산버블이 꺼지는 상황에서 밸류도 주요한 투자잣대로 삼고 있다. 그는 조심스럽게 기아차를 예로 들었다.

기아차는 30%에 달하는 내수시장 점유율과 최근 소형차로 해외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지만 위험요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즉 "기아차의 주가가 연초대비 60% 이상 상승했지만 밸류가 충분하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오히려 기아차에 비해 성장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양호한 밸류를 보유한 현대모비스 (223,500원 ▲500 +0.22%)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성장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도 밸류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미래성장성만으로는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할 수 있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몇몇 기업의 주가가 2007년뿐만 아니라 2010년까지의 실적을 미리 반영하면서 급등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자 올해 하락장에서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며 "양자가 조화된 기업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상반기까지 1400~1600대 박스권



박 부사장은 2009년 상반기까지는 국내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상승추세로 전환하기 힘들다고 본다. 글로벌 증시를 짓눌렀던 3가지 악재(인플레이션, 금융시스템붕괴, 경기침체) 중에서 인플레와 금융시스템 붕괴 위험은 해결의 가닥을 잡았지만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금융자산 버블 붕괴로 실물경기가 회복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가지 악재는 거의 해소됐기 때문에 '안도랠리'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 연말까지 코스피지수는 1360대에서 1600대 중반까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단기적으로 150포인트 가량의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1600대 중반까지 도달한 국내증시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부족으로 재차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전 저점인 1360대를 재차 하향돌파할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시황관과 개별기업의 실적전망을 토대로 자동차 조선 증권업종을 시장보다 많이 편입했다. 반면 은행 IT 화학업종은 시장보다 비중을 줄였다.



박 부사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상승의 최대수혜주로 자동차를 꼽았다. IT는 경기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에 환율상승의 혜택이 적고 자동차가 수혜규모가 크다는 주장이다. IT는 오히려 내년 상반기까지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조선업종에 대해서는 '조정 시 매수' 입장이다. 조선업체의 수익성이 내년 1/4분기까지 둔화된 후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판단 아래 내년 1분기까지 저가매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증권업종도 비중확대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고 미국과 달리 IB(투자은행)가 아닌 위탁중개 비중이 높아 부실우려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업종 내 경쟁이 치열하고 거래량이 줄어들어 제한적인 반등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은행업종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보다 자산버블이 적었지만 잠재적인 부실을 안고 있어 비중을 줄인 상태다.

박 부사장은 "현시점에서 주식시장을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문제지만 손쉽게 단기반등을 기대하는 것도 경계한다"며 "보수적 태도를 견지한 채 미래성장엔진을 장착한 기업을 발굴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운용전략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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