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는 한국에 더 필요한 금융모델"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08.09.2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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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증권硏원장 "美헤지펀드형 IB 몰락일 뿐..필요성 여전"

"IB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실패한 것인 아니라 헤지펀드형 IB가 실패한 것이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원장은 25일 'IB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이란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미국 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투자은행(IB)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다"며 "IB는 한국에서 더 필요한 금융회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IB란 증권의 발행, 인수, 중개 및 기업에 대한 금융자문, M&A 자문 등을 통해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라며 "하지만 최근 사태는 1990년 이후 스스로 위험을 부담하고 각종 자산에 투자하는 자기자본투자(PI) 업무가 확대돼 부실화되면서 '헤지펀드형' IB가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즈 등의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의 40~50배로 과도한 데다 IB에 대한 감독과 재무건전성 규제가 엄격하지 못해 부실화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 증권사의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의 3~4배 정도다.

김 원장은 IB 기능을 상업은행(CB)이 수행하는 시대가 왔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축구선수가 부상당했다고 야구선수로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IB 기능은 은행이 대체할 수 없다"며 "IB는 새로운 IB로 대체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수신을 받아 여신 제공을 주로 하는 은행이 위험투자로 부실화 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골드만삭스가 은행지주회사 허가를 받았지만 은행이 된 것도 아니고 은행 중심의 사업모델을 갖게 된 것도 아니다"라며 "은행자회사를 두면 은행지주사를 규율하는 FRB의 규제와 유사시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이미 산업대부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이를 상업은행으로 전환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신용평가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금융위기의 주범은 증권화, 신용파생상품 등 혁신적 금융상품이 아니라 불완전하고 중층적인 증권화가 문제"라며 "유동화 구조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적시 정보제공을 못한 신용평가사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국 IB의 무용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중소기업, 혁신기업 같은 고위험 산업이 육성되기 위해서는 위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IB와 위험자본을 제공할 자본시장이 필요하다"며 "한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IB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필요한 금융회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유수 IB중 중소기업에 특화한 제퍼리(Jefferies)는 한국에서 벤치마크할 만한 IB라고 덧붙였다.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유보에 대해서는 "미국 IB 부실화와 자통법 시행은 전혀 맥락이 다른 사안"이라며 "미국은 지나치게 금융혁신이 남용돼 규제가 필요하지만 한국은 금융혁신 자체가 어려워 이를 가능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은 금융환경과 시장발전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상황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치명적 오류라는 얘기다.



그는 "최근 금융위기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IB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위험관리와 규제 하에서 제대로 하라는 것"이라며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이 있고, 시장에 위험이 존재하는 한 IB기능은 영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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