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키코'에 빠진 이유는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09.2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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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은 위험한 '키코' 거래를 왜 했을까. 키코 도입시기의 환율 움직임과 키코의 상품구조가 절묘히 맞아떨어진 측면이 크다. 사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중소기업들은 키코 거래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물론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원화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로 치솟기 전까지 일이다.

예컨대 A기업이 B은행과 키코 거래를 했다. 이 업체는 월 수출액이 200만달러인데 수출액의 50%에 대해 환위험을 헤지하려고 한다. 조건은 계약환율 940원, 풋옵션 매입 1계약(50만달러), 콜옵션 매도 2계약(100만달러)이다.



녹아웃(knock-out) 환율은 890원이고 녹인(knock-in) 환율 990원이라고 가정할 때 환율이 녹아웃과 녹인구간 사이에 있으면 A기업은 이익을 본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이라면 940원에 900원짜리 달러를 팔 수 있다. 달러당 40원 차익을 보는 셈이다.

반면 환율이 녹인 환율인 990원을 넘어 1100원이라고 하면 손해를 본다. 1100원에 팔 것을 940원에 내놓아야 하니 달러당 160원의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계약금액(50만달러)의 2배인 100만달러를 은행에 지급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이처럼 복잡한 키코 거래를 한 것은 최근 2년 간의 환율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환율의 '하향 안정' 단계에서 기업들에 유리한 상품이 키코다. 지난해 키코 가입이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최고 952.3원, 최저 899.6원이었다. 50원 안팎으로 변동폭이 좁았다. 앞으로 몇년간 환율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우세했다.

선물환율이 현물환율 아래로 떨어진 것도 중소기업의 키코 가입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수출업체는 환헤지를 위해 선물환 거래를 한다.

그런데 대형 조선사의 수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최근 몇년간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키코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다. 키코의 계약환율이 옵션프리미엄 때문에 선물환율보다 높아진 탓이다.


이를테면 환율이 930원인 상황에서 선물환율은 920원이고 키코 계약환율이 940원 수준이라면 어떤 계약을 선택할까. 높은 환율에 달러를 팔고 싶은 업체에 키코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특히 잘만 활용하면 환율이 치솟아도 키코가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환율이 1100원으로 치솟은 경우 920원의 선물환 거래를 한 업체는 달러당 180원이 손해다. 반면 키코 거래를 했다면 160원으로 손해액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키코의 상품구조보다 기업의 '오버헤지'가 문제였다고 주장한다. '투기심리' 발동으로 능력 이상의 레버리지를 활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일부 은행의 경우 과도한 마케팅으로 이를 부추겼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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