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의 엉터리 종부세 통계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9.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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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과세, 재산 원본 없어져→실효세율 적용해야
-재산세 비중 높다→거래세·상속·증여세 제외해야
-국세청 "보유세 실효세율 0.5%, 다른 나라보다 낮다"
 
기획재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완화안을 합리화하기 위해 통계를 자의적으로 오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4일 재정부에 따르면 개편되기 전인 현행 종부세 최고세율은 주택이 3.6%, 나대지가 4.8%(농업특별세 포함)다. 재정부는 종부세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세율로 20년이상 과세하면 재산의 원본이 모두 잠식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명목세율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결과일 뿐이다. 과세표준과 각종 공제를 감안한 실효세율은 이보다 훨씬 낮아진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25억원 아파트의 경우 집값의 1%만 재산세, 종부세 등 보유세로 납부했다. 25억원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이 실제로 납부하는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1%다. 보유세를 100년 내야 아파트 가치 전체가 세금으로 잠식되는 셈이다. 종부세만의 실효세율을 따지면 1%보다 훨씬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재정부가 발표한 '주택분 종부세' 세부담 변동 자료를 살펴봐도 종부세 부담이 과도해 20년안에 재산 원본이 잠식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재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 20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현행 종부세(공시가격 적용비율 100%)는 1600만원이다. 이 경우 종부세가 아파트 가치를 모두 잠식하기 위해서는 125년이나 걸린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세금은 명목세율이 아닌 실효세율로 낸다"며 "10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완화하기 전인 현행 종부세는 354만원으로 종부세를 282년 과세해야 재산 원본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재정부의 통계 수치 조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산과세 비중은 3.7%로 미국(3.1%)과 일본(2.7%)보다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오류가 있다. 우리나라의 재산세에는 증권거래세, 상속·증여세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순수 부동산 관련세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의 재산세 비중은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OECD와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기준 한국의 재산세 비중은 GDP의 2.19%로 일본(2.2%), 영국(3.3%), 미국(2.8%), 캐나다(3.4%), 프랑스(2.7%)보다 낮다.

 재정부는 또 우리나라의 총조세 대비 재산과세 비중이 12.8%로 OECD 평균(5.6%)은 물론 미국(11.4%), 일본(9.7%)보다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거래세, 상속·증여세 등을 재산세에서 제외할 경우 총조세 대비 재산세 비중은 11.0%로 줄어들어 미국보다 낮아진다.

 실효세율을 적용해도 우리나라의 보유세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국세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시가대비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5%에 불과했다. 미국 50개주 대표 도시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1.54%이고 영국의 평균 보유세율은 1~1.2%다. 일본도 1%로 우리나라보다 보유세 부담이 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현재 보유세 실효세율은 미국(1.5%), 일본(1%), 캐나다(1%), 영국(1.2%) 등 주요 선진국은 모두 1%를 초과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0.3%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정부가 제시한 소득 대비 종부세 부담 통계도 과거에 발표한 수치와 어긋나 종부세 완화안을 포장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재정부는 종부세 개편 방안을 발표할 때 연봉 1억원인 사람이 시가 23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 소득세와 사회보험료 등을 합쳐 3100만원, 종부세와 재산세로 2400만원, 관리비 등으로 900만원이 나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4인가구 기준 연봉 1억원의 소득세는 1351만원으로 사회보험료 등을 합쳐도 31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시가 23억원짜리 아파트의 종부세도 1210만원 정도로 재산세를 합쳐도 2400만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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