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미디어렙 도입놓고 '진통' 커진다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08.09.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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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독점을 경쟁구조로 전환해야"...민주당 "강력저지"

민영미디어렙 도입여부를 놓고 방송계 안팎에서 진통이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측은 '민영미디어렙'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나름대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를 비롯한 정부 외곽에선 방통위의 민영미디어렙 추진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선 '민영미디어렙'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방통위가 민영미디어렙을 2009년 12월에 도입하겠다는 결정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특히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가 내부 협의도 없이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결정하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영미디어렙'은 민간이 운영하는 광고대행사를 말한다. 현재 지상파 방송의 광고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독점 대행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 독점구조를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통해 경쟁구조로 전환해서 지상파 방송 광고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EBS 등 KOBACO의 연계판매에 기대고 있는 방송사의 수익악화가 불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KOBACO는 지상파 방송 광고를 대행하면서 광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 종교방송 등의 광고를 같이 팔고 있다. 이른바 연계판매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에 따르면 KOBACO의 광고 연계판매가 중단되면 EBS, CBS, 지역MBC와 지역 민방 등 대부분의 방송사가 적자를 보게 된다. 지난해 흑자였던 30개 방송사 가운데 29개가 적자전환된다는 것이다.

KOBACO를 통한 광고 연계판매가 중단되면 광고매출이 급감하게 되는 지역방송사와 종교방송 등도 당연히 방통위의 민영미디어렙 도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지역방송협회는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의 문화적 중요성을 간과하고 산업적 측면을 중심에 놓은 단견"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민영미디어렙 도입저지'를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지역방송 종교방송 라디오 방송사에 대한 대책 마련없는 민영미디어렙 도입은 자칫 새로운 형태의 언론 통폐합을 불어올 수 있다"면서 "치밀한 대안마련과 국민 및 이해당사자들의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영미디어렙 도입은 시한을 정해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며 "만약 종교방송이나 지역방송이 도태될 위기에 놓인다면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영미디어렙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잇따르자, 방통위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도입이 결정된 것이 아니다"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면서도 도입 당위성에 대해선 뜻을 굽히지 않았다. 효율성과 자율성 확보 차원에서 경쟁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매체선택권이 보장되는 광고주와 광고단가 상승을 기대하는 지상파방송사들이다. 그러나 광고주나 지상파방송사들 모두 드러내놓고 찬성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하려는 방통위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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