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바닥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9가지 관점

이건희 외부필자 2008.09.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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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행복투자

지난 5 거래일 동안 주식시장이 하루 건너로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면서 KOSPI 일봉차트는 기존 차트에서 찾아보기 드문 패턴을 나타내었습니다.

△ 9월12일: 폭등 갭상승 시작 → 십자형 양봉기록하며 폭등 마감 (+2.40%)
△ 9월16일: 폭락 갭하락 시작 → 십자형 양봉기록하며 폭락 마감 (-6.10%)
△ 9월17일: 폭등 갭상승 시작 → 십자형 양봉기록하며 폭등 마감 (+2.70%)
△ 9월18일: 폭락 갭하락 시작 → 십자형 양봉기록하며 폭락 마감 (-2.30%)
△ 9월19일: 폭등 갭상승 시작 → 십자형 양봉기록하며 폭등 마감 (+4.55%)



폭등과 폭락이 매일 교차되면서도 십자형 양봉을 기록하였고 일봉차트에 무려 5개의 새벽별이 연속적으로 뜨면서 W 자 형태를 만든 것입니다. 이런 특이한 패턴은 지금까지의 주식차트 책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심리가 극에 달하고 있을 때에 이런 차트까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목격하게 된 것입니다.

9월 들어서 1400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튀어 올라왔다 다시 내려가는 것이 반복되면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동안에 연기금에서는 대량 매수를 지속하여서 총 2조 6179억원의 누적순매수를 기록하였습니다. 같은 기간에 투신은 1조 6609억원을 순매도하였고 외국인은 2조 6101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비교하면 연기금이 극도의 불안한 장세 속에서 바닥이 만들어지는데 가장 많이 기여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과연 지난주가 진정한 대세하락의 바닥을 만든 한주가 되었을지 여부는 지나보기 전에는 아무도 속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바닥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입니다. 그 가능성을 몇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1) 심리적인 관점: 지난 5 거래일 동안 투자심리가 하루하루 나오는 뉴스에 따라서 방향을 바꾸어가면서 급속히 한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었지만 장 마감에서는 항상 일봉이 양봉으로 끝남으로써 바닥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비록 오늘은 어렵지만 내일부터는 괜찮아지리라는 희망이 시장에서 좀 더 우세하다는 증거입니다. 그 희망이 뒷받침 되는 소식이 출연하기만을 기다린 셈입니다.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흔들거리는 세계적인 대형 악재를 겪으면서도 1400선을 지켜감으로써, 마치 6.25 전쟁 때 낙동강을 최후의 저지선으로 공방을 벌였듯이 1400선을 최후의 저지선으로 지키려는 시장의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곳의 개입이라는 관점: 이와 같이 어찌 보면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 개입함으로써 가장 든든한 뒷받침이 생겨난 것입니다.

미국 재무장관이 대혼란에 빠진 금융권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기 위한 기구 설립을 추진 중이란 소식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6개 중앙은행이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대규모의 유동성 공급에 협력하기로 한 것보다 더 영향력 있게 금융 위기 확산을 막아줄 수 있는 것은 사실 기대하기 힘듭니다.



1989년 저축대부조합 사태처럼 RTC가 설립되어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처리해준다면 연쇄부도 사태가 일단 막아지고, 유럽 중앙은행 등 선진국과의 정책공조까지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용경색이 완화되어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입니다.

또한 정리된 부실자산과 금융기관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중동 국가들이 보유한 상당한 금액의 달러가 투자되면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도 순차적으로 무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3) 거래량과 거래대금의 관점: 지난 8월말에 형성된 거래대금은 올해 초 이후로 가장 적었습니다. 거래의 빈곤은 아직 적극적으로 사려는 세력은 없지만 팔고자 하는 세력 또한 약화되어가는 것을 의미함으로써 바닥권에 다가갈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 뒤로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대량의 거래가 발생하여서 올해 초 이후로 가장 많은 거래대금이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그동안 줄어들었던 매도세가 외부 악재 뉴스에 다시 한번 심리가 흔들리면서 투매로 나설 때에 그 많은 물량이 적극적으로 소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대량 거래가 터진 지점은 시장이 상승하게 될 때에는 재차 하락조정시 강력한 지지선이 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 그 부분을 지켜보면 될 것입니다. 다만 혹시라도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대형 악재가 출연하여 전 저점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충격적인 폭락이 나타난다면 최근의 대량거래 분출 지점이 지지선이 아닌 저항선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4) 수급면(프로그램매수와 개인매수세): 프로그램 매매의 차익거래잔고에서 주식 순매수 누적금액이 최고치 대비해서는 상당히 줄어 들어있습니다. 즉 최소한 그 정도 이상의 매수여력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지난 9월11일 쿼드러플위칭데이 이후 외국인의 포지션은 선물 +4456계약, 콜옵션 +240억원, 풋옵션 -217억원으로서 선물과 옵션 포지션이 모두다 지수가 상승하는 쪽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동안 기록되었던 외국인의 최대 누적선물매수량을 기준으로 본다면 추가의 선물 매수 여력은 충분히 많다고 보입니다. 베이시스가 양호하게 벌어져서 프로그램 순매수를 이끌어낼 여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선물과 연계되지 않은 비차익거래의 매매규모가 크게 늘어나서 비차익거래에 새로운 매수 세력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고객예탁금은 9월18일 기준으로 하루 동안 2759억원 증가한 9조2706억원으로 집계되어 사흘 연속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내었습니다. 즉 단기바닥을 겨냥하는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고점인 5월16일에 비해서 지수는 74% 수준인 반면 고객예탁금은 87% 수준인 것도 바닥권을 예상하며 기다리는 투자자가 많다는 점을 암시해줍니다.

개인은 9월19일 급등시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사상최대치인 8000억원을 순매도하였기 때문에 매도 후 곧바로 빠져나가는 돈을 무시한다면 최소한 그 정도의 단기 매수 대기자금을 늘려놓은 놓은 셈입니다.



2000포인트를 향한 대장정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7년 3월6일의 지수가 지난 9월18일 지수와 비슷한데 고객예탁금도 비슷한 규모입니다. 고객예탁금은 시장에 종종 후행적으로 변하지만 시장이 단기고점을 형성하고 크게 하락하기 전에 고객예탁금이 선행적으로 고점을 형성하거나 줄어드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종합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5) 수급면(대차거래잔고): 올해 들어서 글로벌 신용위기의 확산에 편승하면서 대차거래의 잔고금액이 30조원 이상으로까지 늘어났었습니다. 그동안 주식을 빌려 팔면서 공매도를 많이 했던 외국인이 주식시장이 전 저점을 다시 더 크게 깨면서 내려가는 추가의 큰 폭 하락까지는 당분간 힘들다고 보는 시점에서는 추가적인 공매도가 늘어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숏커버링도 유입될 것입니다.

글로벌 신용위기가 당장 완전히 해결되긴 어려워도 적어도 지금보다 더 이상 나빠지지만 않아도 곧바로 시장의 추가적인 붕괴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바라보는 외국인이 늘어날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공매도 규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한국시장에서도 공매도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대차잔고의 감소에 기여할 것입니다. 설사 숏커버링이 일시적인 매수세 유입 효과에 그치더라도 단기적인 바닥을 확보하는 데에는 기여하는 것입니다.



◆(6) 세계 시장에서 바라본 관점: 많은 국가들의 증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움직이는 방향으로 계속하여 움직일 관성이 더 크게 형성됩니다. 그 동안 세계 주요 국가들의 증시가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에도 일부 국가의 증시는 종종 디커플링 되어서 움직이곤 하였습니다.

지난 주말에 우리나라가 4.55%나 폭등하였지만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상승폭이 적은 셈입니다. 유럽선진국들도 영국 8.84%, 프랑스 9.28%, 독일 4.78%의 상승률로 우리나라보다 높았습니다.

작년 이후 하락의 속도가 극심하였던 중국 주식시장에서도 중국 상해종합주가지수 9.45%, 홍콩H지수 15.54%의 대폭등을 나타내었으며 브라질 9.67%, 인도 5.46% 등 여타 이머징국가들의 상승률도 우리나라보다 높았습니다. 전 세계적인 동반 상승 랠리가 조금만 더 이어지면 투자심리 회복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7) 중국 시장에서 바라본 관점: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의존도에서 중국의 비중이 점차 커짐에 따라서 주식시장도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성격으로 변해왔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중국 수혜주란 용어도 자리를 잡았고 그들 종목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커져 왔었습니다.

그러다가 중국시장이 작년 고점 이후 지금까지 큰 폭의 하락을 지속해온 것이 상승 구간에서와 반대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면서 우리나라 증시에 큰 부담이었습니다.

드디어 지난주에 중국 증시부양책이 나왔고 중국 정부에서 추가적으로 경기부양책과 증시안정책을 모색해 감에 따라서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낮아질 것입니다. 이로써 우리나라 증시를 억눌러왔던 또 다른 요인도 완화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 펀드에 들어가 있는 자금이 무척 많기 때문에 중국시장의 안정은 투자자들의 심리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8) 원자재 가격에서 바라본 관점: 올해 들어서도 큰 폭으로 이어졌던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하게 만들면서 증시에 큰 부담이었습니다. 기타 원자재도 빠른 속도로 가격 상승이 이루어져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확산되고 경기 침체 우려를 심화시켰습니다.

그러다가 원유에 대한 수요 증가의 둔화와 더불어 원유 시장에 들어가 있던 일부 투기세력이 이탈하면서 급속한 하락 조정을 가져왔고 유가 부담이 올해 고점 대비하여 상당히 완화되었습니다. 증시가 단기 바닥을 인정하면서 반등 랠리를 이어갈 때 증시의 발목을 잡을 또다른 요인이 줄어들어 있는 것입니다.

◆(9)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바라본 관점: 그동안 금융위기의 공포감이 워낙 강력한 쓰나미처럼 몰려오면서 시장을 강타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을 잣대로 투자하는 마인드는 거의 포기된 상태까지 이르렀습니다. 현재 한국시장의 주가수익배율(PER)이 9배,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1배인 것은 분명 저평가 영역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최근에 한국증시가 FTSE 선진지수에 편입됨에 따라 앞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FTSE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한국의 PER이 24개국 선진국의 가중 평균대비 81%대에 불과한 상태입니다. 미국계 중심의 투자 자금은 MSCI의 선진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데 이번 FTSE 선진지수 편입으로 인하여 향후 MSCI 선진지수의 편입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우량대형주의 외국인에 대한 수급이 호전될 바탕이 마련되는 것을 시장의 특성상 투자심리는 선반영할 여지가 있습니다.

최근 무차별적인 폭락장에서 우량중소형주들도 가치를 완전히 외면하는 주가수준으로까지 폭락한 것들이 속출하였습니다. 지난 6월 결산 법인 중에서는 유보율이 1700%를 넘는 초우량주이면서 매출액 29% 증가, 영업이익 64% 증가, 순이익 50% 증가하였음에도 묻지마 주가하락으로 인하여 PER이 한때 2.4까지 떨어진 종목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 투신의 대량 매도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서 어쩌면 기관의 기계적인 손절매가 저평가된 중소형주들을 더욱 추락시키는 작용을 한 경우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시장이 공포감에서 벗어나게 되면 저평가 상태로 추락해 있는 중소형주들에 대해서도 밸류에이션의 매력도를 인지하게 되면서 매도세는 감소하고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회복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상의 9가지 관점은 시장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바닥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살펴본 것이며 장기적인 상승 추세로의 전환여부는 아직은 속단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부동산이 많이 하락하였지만 혹시라도 추가 하락이 더 심해진다면 부실자산의 규모는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고, 미국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잘 해소되지 않는다면 달러와 채권의 동향이 장기적으로 안 좋은 쪽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금융업체만이 아니라 다른 업종의 대형 업체들도 경영의 어려움의 막다른 골목에서는 정부에 의지하려는 마인드를 가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기업의 대규모 손실을 메운 모습을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 보게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느낌입니다. 미국 자본주의의 뿌리인 시장주의와 자유방임주의 경제 원칙을 일부 포기하여서 얻게 되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의 합이 어떻게 될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아무튼 장기적으로 나타날 상황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도 미리 단언할 수 없는 미래를 지금부터 걱정하면서 눈앞에 전개되는 상황을 외면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은 방향을 잡을 수 없는 내일의 불확실한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늘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을 바라보는 것이 일단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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