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의회 '구제법안' 승인 격론(종합)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9.24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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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시 재앙" vs "보완장치 필요"… 연기론도 제기

700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정부개입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구제법안 승인을 놓고 미 정부와 의회가 격론을 벌였다.

조지 W.부시 미 대통령, 헨리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은 이날 일제히 구제법안이 조속히 승인되지 않을 경우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의회를 압박했다.

의회 지도자들은 구제조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법안의 세부내용과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보완 조치를 요구했다.



◇ "시간이 없다, 구제법안이 납세자 보호 최선"

조지 부시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UN 총회에 참석, "미국 정부가 전세계 금융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월가의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전세계 경제는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미행정부와 의회는 시장 안정을 위한 계획에 공조하고 있으며 필요한 긴급 조치를 취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의회가 구제법안을 조속히 승인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헨리 폴슨 미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준 의장도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과 격론을 벌이며 구제법안 통과를 위한 설득작업을 벌였다.

폴슨 재무장관은"우리는 지난주 금융시장 혼란이 실물 경제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근본적인 원인을 근본적으로 그리고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폴슨 장관은 대규모 세금 투입과 불투명한 자금회수전망에 대한 비판을 의식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미국인의 개인 저축, 투자와 소비를 위한 가계와 기업의 자금조달, 일자리 창출이 모두 어렵게 된다"며 "궁극적인 납세자 보호는 시장의 안정"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도 이날 청문회에서 "구제법안 승인이 실패하면 금융시장과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금융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미국 경기는 '침체(recession)'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금융시장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의원들이 이번 법안의 실효성을 따지는데 연연하지 말고) 불거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절박함을 누차 강조했다.

◇ "국민 1인당 2300달러 부담..구체성 결여 놀라워"



미 정부당국의 긴박한 호소에 못지 않게 유권자들을 의식한 의원들의 반박도 강도가 높았다.
크리스토퍼 도드 금융위원장은 "구제법안은 범위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도 전례가 없고 놀라운 것"이라며 재무부의 구제법안의 '엉성함'을 지적했다.

재무부가 지난주말 달랑 3페이지짜리 구제법안을 제출하자 도드 위원은 무려 44페이지에 달하는 수정안을 제시한바 있다.
도드의원은 특히 납세자의 희생으로 구제받게 되는 금융회사의 경영진의 급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민주당은 특히 부실 채권 인수 뿐 아니라 주택소유자들에 대한 지지와 은행 경영진들에게 대한 보수 한도 설정 등이 포함돼야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공화당원들조차 구제안이 담고있는 대상과 규모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와이오밍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마이크 엔지는 구제법안이 납세자 1인당 2300달러의 부담을 지우게 된다며 이같은 방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의원으로서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캔자스주 공화당 상원의원 짐 버닝 역시 폴슨의 계획은 '금융사회주의'이며 '非미국적(un-American)'인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 구제법안 지연 우려, 시장 불안 확산



상원청문회가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정부의 구제법안이 금주중 통과돼 집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인디애나주 민주당 상원의원 에반 베이는 "구제법안 내용은 너무 중대하기 때문에 금주중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연기하고 제대로 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날 급락에 대한 반발매수로 오전중 상승세를 보였던 미 증시는 오후로 접어들면서 하락반전,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졌다.



그러나 유권자를 의식한 의원들의 이같은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모색할 시간이 없는만큼 일부 수정을 거친뒤 금주내 법안이 표결에 부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에도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이 모처에서 만나 법안 통과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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