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표들 “내가 ‘봉’이냐” 볼멘소리

머니투데이 김경원 기자 2008.09.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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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대손충담금, 중소기업에 전가하고 있다” 주장

“지난해 우리 기업의 대출이자율이 6.7%에서 올 8월 12%로 1년새 두 배나 높아졌습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위험 전가, 4대 보험료 강제 징수, 대기업의 납품가 축소 등으로 허리가 휘고 있다는 불만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 대표들은 가뜩이나 자금이 움직이지 않아서 힘든데 최근 정부와 금융권, 대기업 등의 행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남에 있는 한 기업의 지난해 대출이자율은 6.7%였다. 올해는 매출도 늘고 회사 규모도 커졌다. 그런데 지난 8월 거래은행을 방문해서 대출이자율을 상담한 결과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12%대를 요구했다.

A 대표는 “거래은행 지점장이 대손충담금이 늘었기 때문에 이자를 높여야겠다고 말했다”며 “이는 금융권의 위험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대손충담금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조달금리가 늘면서 이자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금융권의 위험을 중소기업에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은 잘못”이라고 답했다.



A 대표는 “조달금리 상승 이상으로 이자율을 높인 것 같다”며 “더욱이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고 회사 규모도 커졌는데 기업신용도가 떨어진 점도 선뜻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개발업체 B 대표도 “은행은 드릴로도 뚫을 수 없는 엄청나게 두꺼운 유리벽이 있는 것 같다”며 “은행 안에 돈이 있고 돈이 움직이는 게 보이는데도 은행 밖에 있는 중소기업은 이용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금이 급히 필요한데 기보·신보의 보증서를 요구하는 것은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사채만큼 금리를 높여도 좋으니까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 간접세금도 부담이다. 정보통신(IT) 기업의 C 대표는 “최근 5개월간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을 연체한 적이 있다”며 “예전 같으면 2개월 정도로 줄여줬을 텐데 지금은 통장을 압류하면서 5개월치를 다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보험료 납부 실적 등이 좋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겠지만 중소기업들은 정말 힘들다”며 “보험이 아니라 기업에 부담을 주는 세금이나 다를 바 없다”고 반발했다.

제조업체 D 대표는 “올해 수출이 호전됨에 따라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간 증가했다”며 “키코에 가입하지 않아서 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최근 대기업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운을 뗐다.

D 대표에 따르면 대기업이 납품가격을 깎아달라고 주문한 것. 그는 “대기업 납품으로 이득을 본 것도 아니고 열심히 수출해서 수익을 조금 낸 것”이라며 “하청업체를 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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