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이젠 0.7%만의 '몫'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9.22 18:46
글자크기

집값상승 탓 현 규정 유지시 과세대상 2% 넘어

-과세기준 9억상향, 2005년 기준 회귀
-부과대상은 시행 첫해보다 여전히 많아
-종부세 논쟁 부각… 폐지논의도 나올 듯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이 9억원으로 상향조정됨에 따라 전체가구 중 0.7%만 종부세를 내게 됐다. 과세기준 9억원은 종부세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인 2005년 과세기준이다. 종부세 부과 기준은 왜 제정 초기로 돌아간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종부세 과세 대상자와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과세기준이 공시지가 9억원이었던 2005년 종부세 신고인원(주택)은 3만6000명, 세액은 285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6년에 과세기준이 공시지가 6억원으로 하향됨과 동시에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2006년 종부세 신고인원은 23만5000명으로 전국 가구의 1.7%로 급증했다. 세액도 4890억원으로 15배 이상 늘었다.



종부세 과세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올해 종부세 대상 가구는 28만6354가구로 전체가구의 2.1%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과세기준이 9억원으로 상향조정됨에 따라 종부세 대상가구는 10만3198가구(전체가구의 0.7%)로 줄어들게 됐다.

노영훈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종부세 납세 의무자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조세저항이 커졌다"며 "납세 의무자와 세부담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과세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세기준 9억원만 본다면 종부세법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로 회귀했다. 다만 집값 상승으로 종부세법 시행 첫해인 2005년보다는 부과 대상이 여전히 많다.


정부는 이번에 종부세를 과감히 완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는 도입 때부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리에 어긋난다는 점과 재산세와 동일한 납세 의무자에게 부과해 이중과세라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아울러 부자들의 순재산에 부과하는 사실상의 부유세라는 점도 논란거리였다 특히 종부세 납세 대상이 서울 강남권에 집중돼 강남 집주인들을 투기꾼으로 지정해 부과하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더 큰 문제는 납세자의 담세 능력을 고려하지 않아 조세법상 응능원칙, 즉 과세의 기준을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둬야 한다는 이론에도 어긋난다는 점이었다. 종부세를 내기 위해 빚을 내는 사례는 종부세가 응능원칙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러한 종부세 부담은 특히 강남에 집 가진 소득 없는 고령자에게 문제가 됐다.

종부세는 조세원리상 이러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당장 폐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종부세가 그동안 '이념세'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의도와 상관없이 '강부자(강남 부자)' 편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 왔다.

정부의 이번 종부세 완화안도 이런 점에서 사회적으로 거센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출범 초부터 계속돼온 '강부자(강남 부자)' 정부라는 비판이 종부세 완화를 계기로 또 하나의 근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다만 조세원리상 종부세가 폐지돼야 한다는 논의는 이번 종부세 완화를 계기로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노 연구위원은 "소득과 상관없이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주택과 관련된 종부세제는 오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을 계기로) 편을 가르지 않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