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일본을 방문하고 8월 서울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이번 러시아 순방에서도 취임 직후 외교정책의 골간으로 강조해 온 '4강 외교'와 '글로벌 외교' 기조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이번 회담을 정상간 상호 우의를 다지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 모두 집권 초기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며 국정운영의 노하우를 교환하는 등 개인적 친분을 쌓아 향후 외교관계의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북핵과 관련,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비핵·개방·3000 구상', '남북간 전면적 대화'를 골자로 하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설명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신고서 검증체계를 둘러싼 북미간 이견으로 북한이 핵시설 복구에 나서는 등 북핵 위기가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못지않게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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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 분야에서는 신규 유망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진출 기반을 확대하고 에너지·자원 분야 개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 러시아 가스관의 한반도 통과 사업 등은 남북관계 회복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겠다는 구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은 한·러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시켜서 양자관계를 포함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집권 초반 4강 외교의 틀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의도대로 이번 러시아 방문이 4강 외교의 성공적인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방미·방일 이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미국과의 정상 회담 일정 조율 혼란, 한중회담 직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한미동맹 견제 외교결례 소동 등 4강 외교에서 상대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남북관계는 거듭된 기 싸움 끝에 지난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10년 성과를 6개월 만에 무너뜨렸다는 혹평을 들었다.
당사자인 청와대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2일 "계획을 아무리 수립하더라도 (문제는) 누가 실천에 옮기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그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